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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만큼 무서운 '재산국외도피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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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만큼 무서운 '재산국외도피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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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역대 재벌총수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징역 12년을 구형받으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양형 기준으로 삼은 재산국외도피죄의 높은 형량에 관심이 모인다.

재산국외도피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도피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으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로 꼽히는 뇌물공여 혐의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른바 '회장님 범죄'로 불리는 특경법상 횡령이 이득액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반인륜범죄인 살인죄도 '사형'을 제외하고는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으로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7일 이 부회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수사 초기부터 핵심으로 내세운 뇌물공여가 아닌 재산국외도피죄를 양형기준으로 삼으며 중형을 구형한 것도 이 같이 높은 법정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특검은 이날 "재산국외도피는 징역 10년 이상"이라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한 만큼 법정형 보다 낮게 구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산국외도피죄에 높은 법정형을 적용한 것은 1983년 특경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경제범죄가 날로 대형ㆍ조직화되고 있음에도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해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재산국외도피사범 등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했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벌주의'만으로는 대형 경제범죄를 막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범죄자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찬성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경법이 처음 제정될 때는 도피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었으나 1990년 일부 개정되면서 재산범죄에 사형 조항이 폐지됐다.


이 부회장이 재산국외도피로 기소되기 전에는 보통 재벌총수나 기업 경영자들이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는 가전업체 모뉴엘 박홍석 대표가 재산국외도피죄 일부 유죄 판결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한 1심은 박 대표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최근 국회는 오히려 특경법을 더욱 강화하거나 재산국외도피와 관련된 법안을 개정해 경제범죄를 더욱 엄중이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경법의 취지와 달리 횡령ㆍ배임 등으로 기소된 범죄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유죄를 받아도 특별사면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서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경법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했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지난해 재산국외도피 50억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는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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