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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법정에서 하지 못했던 말…李 회장 "네가 회장이냐"며 질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8초

-"JY, 합병 반대·전자 경영에만 관여…경영 승계 작업 없었다"

이재용이 법정에서 하지 못했던 말…李 회장 "네가 회장이냐"며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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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 몇해 전 삼성그룹에 스카웃된 고위 임원은 처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나눴던 대화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는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을 통해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겠다는 마음 뿐이니 잘 도와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 임원은 "이 부회장은 스스로 자신이 원해서 기업가가 된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업가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기업가가 돼버렸다고 말해 적잖이 놀랐다"며 "자식에게는 직접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던 이 부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도덕한 기업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7일 결심 공판에서 그는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자고 다짐했지만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52차례에 걸쳐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던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이 이날 결심 공판을 통해 구형과 최종 변론과 진술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했다. 계열사간의 매각, 합병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이나 평가액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지배구조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곡히 설명했다.

이재용이 법정에서 하지 못했던 말…李 회장 "네가 회장이냐"며 질책


◆"이 부회장, 삼성물산 합병 반대해" = 이날 재판을 지켜본 삼성측 전 현직 임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이 부회장의 과거 행적을 회상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한 임원은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이 부회장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꼭 합병을 해야 하는지 다시 검토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며 "존경 받는 기업인이 목표였던 이 부회장과 삼성 수뇌부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두 회사의 합병이 꼭 필요하다고 여겼지만 이 부회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후 특검 활동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에게 '합병에 반대했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합병을 안했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합병을 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일축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제는 은퇴한 전 임원은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딱 한번 그룹 경영에 의사 결정을 한 적이 있었다"며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을 당시인데 이건희 회장이 이 부회장을 불러 '네가 회장이냐'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전자 경영에만 관여해왔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부친에게 질책받은 후 전자 경영에만 관여"=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은 줄곧 삼성전자 경영에만 몸담았고 지주사 전환, 지분 확보 등은 관심사와 다소 멀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특검이 부정청탁의 대가로 주장한 승
계작업은 처음부터 실체가 없었다는 항변인 것이다.


실제 삼성그룹의 계열사 합병, 매각 등이 있을때 마다 재계와 언론계는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한때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이서현 등 삼남매가 삼성그룹을 3등분 할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화학, 방산 계열사 대부분을 매각하며 이같은 전망은 깨어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지주사 전환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지주사 전환은 고려해본 적도 없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측 관계자는 "특검측 공소사실의 핵심인 경영승계,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이미 과거부터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삼성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청탁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재판을 통해 밝히지 못했는데 특검이 정황과 추측만으로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밖의 높은 구형에 재계도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재계 관계자는 "우려했던 대로 특검이 법리와 증거 보다 여론 살피기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뿐"이라며 "아무쪼록 재판부가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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