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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한국 바둑 전환기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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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한국 바둑 전환기의 모색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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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1967년 8월호로 창간한 월간 '바둑'은 올해 7월과 8월에 각각 통권 600호와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냈다.


7월호 특집의 제목은 '아듀! 알파고'.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 알파고는 작년 이세돌에 이어 올 5월, 상금 랭킹 1위인 커제(柯潔) 9단을 3-0으로 완파하고 중국의 정상급 연합팀마저 간단히 제압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선물로 공개한 알파고끼리 둔 50국의 기보를 놓고 인간들의 분석과 따라하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바둑계이다.

월간 '바둑' 8월호가 바둑 국가대표와 전문가 50인에게 알파고와 최정상급 기사와의 기력 차이를 물어본 결과 2점 치수라는 응답이 압도적(32명)이었다. 최근에 프로로 입단한 기사 2명은 3점은 어렵고 4점이면 의욕이 있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명인과 본인방을 차지하면서 '사카다(坂田) 시대'를 끝낸 린하이펑(林海峯)은 "바둑의 신(神)이 있다면 3점쯤 놓고 두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연구의 한 테스트 베드로 바둑을 택한 것이어서 목표를 달성하자 전격 은퇴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줴이(絶藝), 딥젠고(DeepZenGo), 돌바람 등 추격자 대열의 인공지능 바둑시스템들은 원래부터 바둑을 사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기에 정상의 기사를 추월한 다음에는 일반 바둑팬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바둑은 정점을 향한 기력의 추구에 주력해 온 분야이다. '최선의 한 수'를 두는 사람과 '신의 한 수'를 향해 몰두해 온 분야가, 최고수의 자리가 인공지능에 넘어간 상태에서도 매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는지 고민거리다. 그동안은 바둑 실력이 최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열광과 지지를 받은 일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른바 '팬심'을 유발하는 경우에만 그에 합당하게 대접받을 공산이 커졌다.


한국 바둑계가 직면한 또 하나의 어려움은 기전의 위축이다. 물론, 현재 한국의 프로 바둑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기전은 '바둑리그'이다.


그러나 그외 기전이 너무 없어졌다. 특히 기사라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정규 기전은 삼성화재배, LG배, 농심신라면배, GS칼텍스배, KBS바둑왕전 등 5개에 불과하다. 국수, 명인, 왕위, 패왕 등 오랫동안 익숙했던 이름들은 사라졌다.


필자가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는 1970년대에도 7~8개, 80년대 이후에는 10개를 넘어 15개 내외의 정규 기전이 있었다. 랭킹 1위 기사라면 5~6개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고, 필자는 11개, 이창호는 13개도 가진 적이 있다.


대회 자체가 위축되다 보니 지금 1위인 박정환은 단 2개의 타이틀만 갖고 있다. 그중 하나인 월드바둑챔피언십은 그나마 이벤트 성격이다.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이 정도이니 아무래도 흡인력이 약하다.


물론 한국 바둑계가,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 다관왕의 출현이나 한ㆍ중ㆍ일 3국 위주의 국제 대회에서 거둔 승리, 국가 간 경쟁 구도에서 오는 이득에 언제까지나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세계대회 23연패 기록이 분명 영광스럽기는 하지만, 바둑 인구가 1억명을 헤아리고, 정상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을 우리보다 5배 이상 보유한 중국의 상태가 지속되는 한 재현의 기대는 어렵다.


21세기 한국 바둑계는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려 있고, 생존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고, 팬들 속으로 연착륙을 감행해야 한다.


현대 정치의 요체는 국민 대중의 생활과 연계된 문제와 갈등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정치의 세계인 국회로 들어와 추진하고 있는 바둑진흥법의 제정은 그 모색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훈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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