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문화예술계가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오히려 후퇴시킨 판결"이라며 법원의 1심 판결을 규탄하고 나섰다.
서울연극협회·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계 300여개 단체와 8000여명의 예술인이 만든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원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어야 마땅하다"면서 앞으로 열리게 될 2심 법원은 이들에 대한 혐의를 더욱 엄격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1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김기춘과 조윤선을 단죄할 수 있는 실정법과 법원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면서 "김기춘 등이 1만 명에 육박하는 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문화예술지원기금 등에서 지원 배제한 것은 '직권남용'이라는 형법상 죄목 하나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의 근본원리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직업공무원 제도, 평등 원칙 등을 명백하게 침해했다"면서 "직권남용으로 개별 예술가에게선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시민에게서는 문화적 향유 권리를 빼앗았다.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형법상 새로운 죄목으로 신설하고 중형을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관도 모르게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엄격한 심리를 거쳐 신중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거하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한편, 1만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을 분노하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끝으로 단체는 '오해가 풀렸다'며 사과 한 마디 없이 집으로 돌아간 조윤선을 비롯해 김기춘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에게 "형기를 사는 동안, 혹은 형기를 마치고 난 뒤라도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예술가들의 작품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보러 다니라. 뼈저린 참회가 가슴에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27일 서울연극협회도 성명을 통해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 사태' 피해자와 전문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서울 연극탄압 피해 배상 대책 위원회(가칭)'를 발족하고, 민·형사상 고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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