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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두드리며 살려달라 절규"…죽음의 질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4초

냉방장치 작동 안하고 환기구 4개도 모두 막혀
"차 세워달라"며 절규했지만 '오븐 짐칸'서 물도 없이 2시간 넘게 방치
운전사 "사람 탄 지 몰랐다"…경찰·이민국 공조해 수사 확대

"트레일러 두드리며 살려달라 절규"…죽음의 질주 트레일러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 이들이 발견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도로변 월마트 주차장에 시민들이 놓아 둔 물병과 꽃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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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아메리칸 드림'이 죽음의 질주가 돼 버린 미국 텍사스 트레일러 참사 생존자들이 짐칸에서 겪었던 끔찍한 순간들을 전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살인 트레일러'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 불법 이민자 90명이 넘게 타고 있었다.


미 텍사스주 러레이도에서 22일 출발한 트럭이 240㎞를 달려 샌안토니오에 도착할 때까지 오븐처럼 달궈진 트레일러 짐칸에 빼곡히 앉았던 사람들은 숨 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당시 짐칸의 냉방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환기구 4개도 모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일러가 달리던 2시간 동안 사람들은 하나둘 절규와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차를 세워달라" "살려달라"고 외치며 절망 속에 쓰러져 갔다.


건설 일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건너 온 두 아이의 아빠 아단 라라 베가(27)는 "(트레일러가 출발한 후) 한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울면서 물을 달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나 역시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라라 베가는 "(안전가옥에서) 함께 있던 사람으로부터 냉방시설이 있는 차를 탈 것이라고 들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트레일러에 탑승할 당시 텍사스 남부의 기온은 최고 38도까지 치솟았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량 내부는 이보다 훨씬 높은 80도까지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던 이들은 목숨에 위협을 느끼자 벽쪽에 있던 1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돌아가면서 숨을 쉬어야했다. 그러나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8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 중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사망자는 총 10명이다.


이 트레일러를 운전한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60)는 트레일러 안에 사람들이 탄 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체포된 후 경찰 수사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주차할 때까지 사람들이 타고 있는 줄 몰랐다"며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안을 보니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 대해 "사람들이 고기처럼 바닥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 운전사가 탑승자들을 발견했을 당시 사망자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라 베가를 비롯한 트레일러 탑승자들은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밀입국 알선조직에 1인당 1만2500페소(약 79만원)를 지급하고 무사히 도착하면 5500달러(약 615만원)를 추가로 건네기로 했다.


멕시코에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은 이들은 꼬박 하루를 걸어 다음날 픽업트럭을 타고 러레이도에 도착했고 이후 멕시코 마약갱단이 관리하는 '안전가옥'에서 지내다 또 다시 샌안토니오행 트레일러에 몸을 실었다.


한 생존자는 "탑승자들을 어디로 데려갈 지 분류해놓기 위해 각기 다른 색깔의 테이프를 붙여놨었다"고 전했다. 이 생존자는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 도착했을 당시 6대의 검은색 SUV 차량이 밖에서 대기 중이었고 불과 몇 분 만에 밀입국자들을 태우고 떠났다고 말했다.


국경세관보호국(CBP)과 이민세관국(ICE) 등 관계 기관과 공조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운전사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들을 연계한 알선조직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CNN방송은 연방 검찰이 트레일러 운전사에 대해 인신매매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으며 그가 최고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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