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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40㎞ 지점"…빅토르가 된 안현수, 쇼트트랙 막바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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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체대서 평창 올림픽 대비 전지훈련
"한 분이라도 응원해주시면 감사, 은퇴 후 거취 문제는 가족과 상의"

"마라톤 40㎞ 지점"…빅토르가 된 안현수, 쇼트트랙 막바지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안현수가 지난해 12월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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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국 쇼트트랙의 황제'에서 '빅토르 안'으로 변신한 안현수(32·러시아)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특별한 무대일 것이다. 옛 동료와 경쟁하면서 현재의 조국을 위해 달려야 한다. 국내 팬들의 환호와 야유가 공존할지 모른다. 안현수는 러시아 대표로 한국체대에서 전지훈련(8~23일)하고 있다. 그는 17일 "야유가 나와도 개의치 않겠다. 러시아에 가기로 결심할 때 그 정도는 각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명이라도 응원해주는 팬이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얘기가 나오면 늘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도마에 오른다. 국내 빙상계에 만연한 파벌 문제를 방치하거나 부추겨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현수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 불이익을 받아 러시아행을 결심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부상과 부진 때문에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놓쳤다. 몸 담았던 성남시청 빙상팀이 재정 문제로 해체되는 악재가 겹쳤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뛸 곳이 필요했으나 새 팀을 찾기 어려웠고, 마침 러시아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자 고심 끝에 귀화했다. 2011년의 일이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나를 믿어주고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마라톤 40㎞ 지점"…빅토르가 된 안현수, 쇼트트랙 막바지에서 안현수(오른쪽)가 지난해 12월 14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안현수는 러시아 생활 7년째를 맞아 "일상 대화는 가능하지만 인터뷰 등 사실 관계를 올바로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은 통역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2014년 2월 결혼한 아내 우나리(33) 씨와 이듬해 태어난 딸 제인(2) 양은 그의 버팀목이다. 안현수는 우리나라 국군체육부대 격인 모스크바 CSKA 클럽 소속으로 러시아 국내 대회에 출전하며 대표팀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훈련 때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힘과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도움이 된 부분도 많다. 특히 500m와 같은 단거리에서 효과가 컸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에 금메달 세 개(500m·1000m·5000m 계주)를 안기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평창 대회에 대비해서는 1500m와 계주에 집중한다.


안현수는 자신의 쇼트트랙 삶을 마라톤에 비유하면서 "40㎞ 지점에 온 듯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면서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진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깨닫고 한 단계 성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은퇴 후 거취 문제도 가족과 함께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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