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터넷 용역 업체에 다니는 김모(37세)씨는 얼마 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이용해 여자 친구와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100일짜리 프로젝트라 정식 휴가를 낼 수가 없어 꾀를 낸 '휴가 아닌 휴가'였다. 박봉이라 해외여행같이 시간·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진짜 여름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반면 대기업 직원인 김모(42세)씨는 얼마 전 평일 연차 휴가를 써 아내와 함께 홍콩 여행을 갔다 왔다. 인근 국가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전시회 등이 열리면 종종 아내와 같이 휴가를 내 다녀오는 게 그의 취미다. 8월초엔 일주일간 '진짜 여름휴가'를 내 유럽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서울 시민의 3분의1은 지난 1년간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으며, 소득 수준에 따른 휴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서울 거주 2만 가구를 방문해 15세 이상 4만560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휴가 경험 유무에 대해 34.8%는 '없다'고 답했다. 10명 중 3~4명 꼴로 휴가를 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휴가를 경험한 사람들의 연평균 휴가기간은 4.83일이었다. 세부적으로 2~3일, 4~5일이 각각 26.5%로 가장 많았다. 10일 이상 6%, 6~7일 4.9%, 8~9일 0.9%, 1일 0.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휴가를 적게 가고, 많을수록 많이 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지난 1년간 휴가를 간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29.4%에 불과했고 나머지 70.6%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소득이 올라갈수록 휴가 경험자의 비율이 높았다. 월 소득 100만~200만원 미만에선 31.6%가 휴가 경험이 있다, 68.4%가 없다고 답했다. 월 소득 200만~300만원 미만에서는 휴가 경험자가 58%로 확 뛰었고, 미경험자는 42%로 급감했다. 월 소득 300만~400만원 미만에서는 64.1%가 휴가 경험이 있다, 35.9%가 없다고 답했다. 월소득 400만~500만원 미만에서는 68.1%가 휴가 유경험자였고, 31.9%만 휴가를 가지 못했다고 했다.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경우 76.2%로 휴가 경험자가 가장 많았다. 이 소득 계층에서 지난 1년간 휴가를 가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23.8%에 불과했다.
또 서울 시민 대부분은 여행 및 나들이를 원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TV시청ㆍ휴식 등 소극적인 여가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ㆍ휴일에 주로 하는 여가 활동에 대해 TV 활동이 78%(중복 응답)로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이어 단순 휴식(43.5%), 컴퓨터 게임ㆍ인터넷 검색(28.3%), 문화예술관람(22.3%), 종교활동(21.8%), 운동(21.6%), 독서ㆍ미술 등 취미활동(15.8%), 운동경기 관람(11.4%), 봉사활동(6.7%)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향후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는 여행ㆍ야외 나들이(52%)가 가장 많았다. 이어 TV또는 비디오시청(29.3%), 문화 예술 관람(25.5%) 휴식(19.4%), 운동(18.9%) 등의 순이었다. 여가 활동의 동반자로는 가족(49.7%)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친구(26.2%), 혼자 한다(18.7%) 등의 순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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