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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공정위와 세계속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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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거 공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오히려 '갑(甲)질'하는 거 아닌가요?" 이달 중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4대 그룹 고위 경영진과 만남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방적인 통보인데다 일정도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돌며 분초를 다투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각 그룹 고위 경영진의 일정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었다. '재벌 저격수'로 이름난 신임 공정위원장의 호출이니 각 그룹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로는 입이 뾰족 나왔지만 대놓고 감히 불만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려와 달리 첫 상견례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듯했다. 김 위원장과 만남 이후 재계는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 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몰아치듯 재벌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는 뼈있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됐다.

신임 공정위원장의 취임으로 그동안 고질적인 갑을 관계나 불공정 행위들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는 '굴지의 대기업'이겠지만 시선을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국내 기업 때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놀이터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글로벌 IT 대기업의 정보독점과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마침 유럽연합은 27일 반독과점 혐의로 구글에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임 공정위원장이 과연 어디에 더 신경을 써야할지 답은 나와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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