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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MD 거부정서와 사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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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MD 거부정서와 사드의 필요성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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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사드반대 시위가 열렸다. 대사관의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2002년 시청 앞 광장에서 성조기가 반미 시위대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지는 상황만큼이나 충격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놓인 상황에서 방어 무기체계 하나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정서 뿐만 아니라 반(反) MD(미사일방어) 정서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레이건 정권이 추진한 미사일방어의 SDI(전략방어구상)가 군비경쟁을 불러와 소련의 붕괴를 촉진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2001년 2월 한러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에서 미사일방어를 제한하는 ABM 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이를 보존ㆍ강화한다는 문장을 담았다. 우리 외교당국은 러시아의 의도에 말려들어 조약을 폐기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외면한 결과가 되었다. 직후 열린 김대중-부시 대통령간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재앙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미사일방어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김대중 정부 이후 미사일방어에 대한 우리 입장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입된 MD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이지스함을 도입하면서도 미사일방어 기능을 제외시켰는가 하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PAC3 대신에 구형의 PAC2를 중고로 들여오기도 했다. 철저한 반 MD 정책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인식은 보수적인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도 견지됐다.


우리 군은 애써 미사일방어를 외면하고 선제공격에 입각한 공세적인 킬체인 전략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킬체인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킬체인 전략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선제공격해 핵ㆍ미사일을 제거하고 발사된 소수의 미사일은 KMD(한국형 미사일방어)를 통해 요격한다는 것이다. 2023년까지 17조원을 들여 개발하고 있다. 17조면 사드 12포대를 구입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킬체인 전략은 과연 북핵위협에 맞서는 효과적인 억지력이 될 수 있을까. 킬체인에는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 우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십이 도발징후가 있다고 해서 대규모의 선제공격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더욱이 핵을 보유한 상대에 대해 재래식 전력으로 선제공격한다는 초유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적 측면에 있어서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킬체인이 성공하려면, 우선 북한 핵ㆍ미사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발사 전에 파괴시킬 수 있다. 북한도 이 점을 간파하고 있다. 킬체인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동발사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욱이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도로가 아닌 험지를 다닐 수 있는 궤도형 발사대까지 도입하고 있다. 또한 연료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 대신 연료 주입 없이 바로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위치를 탐지하기 거의 불가능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다. 킬체인이 배치되기도 전에 무용지물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는 기형적인 선제공격에 입각한 킬체인 전략을 고집할 셈인가.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실화된 북핵위협 앞에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 억지력을 구축하는 일이다. 미국의 신뢰성 있는 핵우산과 함께 MD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확보해야 한다. 킬체인은 억지가 실패했을 때 우리의 피해를 줄이는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드배치는 효과적 대북 억지력을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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