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자들, 캘러닉에 '새로운 리더십 필요하다' 사퇴 요구
캘러닉 "우버가 또 다른 혼란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임 수용"
2009년 창업 이후 8년만에 경영 일선서 물러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던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캘러닉 CEO가 이날부로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게 됐다고 복수의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캘러닉의 사임은 우버의 주요 투자자들의 거센 압박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날 우버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기업 벤치마크 등이 캘러닉에게 서한을 보내 자리에서 물러날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NYT가 입수한 이 서한에는 '회사는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캘러닉에게 즉시 떠나달라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퇴 압박을 받은 캘러닉은 이후 몇 시간동안 논의를 거쳐 사임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닉은 CEO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에 남아 우버의 운영에 일정부분 관여할 전망이다.
캘러닉은 성명을 통해 "나는 우버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한다"며 "우버가 또 다른 혼란을 겪지 않고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회사를 떠나는 심정을 밝혔다.
이번에 사퇴를 압박한 벤치마크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5곳은 우버의 의결권을 40%가량 갖고 있어 캘러닉이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캘러닉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해 사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캘러닉은 우버가 성차별 문화와 각종 스캔들에 휘말린 후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려야 할 캘러닉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이날 캘러닉은 2009년 우버를 창립한 지 8년만에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우버의 시련은 올해 2월부터 본격화됐다. 우버의 전직 직원이 회사 내 성희롱과 성차별적 문화를 폭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캘러닉이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이는 동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이에 우버는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속한 법무법인에 조직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며 상황 타개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과거 캘러닉의 적절치 못한 행동과 발언이 드러나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특히 최근 자진 사퇴한 에밀 마이클 전 수석 부사장과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서울에서 여성 도우미들이 나오는 룸살롱을 찾은 사실과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동료 간 성관계 가이드를 발송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명타가 됐다.
홀더 전 장관은 우버 이사회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해 캘러닉의 책임을 분명히하고 권한을 분산시킬 것과 이사회 기능 및 독립성 강화를 권고했다.
우버는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CEO까지 물러나며 당분간 경영 공백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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