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채권만기 압박…고민 깊어지는 박삼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채권 만기 연장 카드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라고 압박에 나서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차입금 연장은 채권단에서 결정할 부분이라 달리 할 말은 없다"면서 상표권 허용과 관련해 "지난해 9월에 밝힌 것 처럼 '합리적 조건'이 충족될 경우 5년간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액수나 사용연한 등 조건에서 합리적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허용할 수도 있다는 기존 입장은 변화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간 맺은 계약대로 더블스타가 20년간 현행 요율을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년간 상표권 사용 요율 인상 없이 현재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할 경우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경우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 가치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오후 2시 주주협의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만기를 9월 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일단 산업은행이 채권 만기를 9월 말로 연기해두고 박 회장과의 상표권 사용 협상에서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이 중 1조3000억원은 다음달 30일 만기가 도래한다. 1조3000억원 중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액은 약 9900억원이다.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은 금호타이어는 차입금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넘어가게 된다.

채권단과 더블스타 간 매각협상이 9월 23일까지 종료되지 않으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이 부활한다. 그때까지 양측이 상표권 사용, 채권 만기 연장 등 매각종결을 위한 선결요건을 해결해야 한다. 상표권 사용 불허로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계약이 깨지더라도 채권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박 회장은 온전히 금호타이어를 가질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693억원, 영업손실 2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고,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5개 중국법인의 적자는 246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