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기업들, 대기업-벤처 협력성과 현재도 계속 거두고 있어
'일자리창업센터' 등으로 이름 바꾸고 기능은 유지해줘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센터를 세웠던 기업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대기업들이 시도별로 한군데씩 전담해 전국 16곳에서 운영되는 창조경제센터는 문을 연지 3년만에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망가진 것은 창조경제센터의 이미지일 뿐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창조경제센터를 운영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간판은 바꿔달아야겠지만 문을 닫기엔 지금까지 거둔 성과가 너무 아깝다"며 "창조경제센터를 '일자리창업센터'로 바꾸면 새 정부 기조와도 맞고 센터 취지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몇몇 창조경제센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외면받고 있는 와중에도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SK그룹이 운영하는 대전 창조경제센터에는 현재 9개팀의 드림벤처스타 3기가 지원을 받는 중이다. 그 중 플랙시블 투명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레온'이라는 업체는 올해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해 기술력을 뽐냈다. 이후 세계적인 광고회사로부터 계약문의를 받고 있다. MWC 당시만 해도 대외적으로 '레온'이 창조경제센터 입주기업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SK와 벤처기업간 대표적인 협력 모델이 됐다. 9개팀 중 3개팀은 이미 42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받을 정도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도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농ㆍ식품 업체의 상품을 한화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판매할수 있도록 컨설팅해주고, 디자인 개선 작업을 돕고 있다. 지난 3월 천안 갤러리아에서 이들의 상품으로 판매기획전을 열었고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4개 업체는 지난달 천안과 대전 백화점에 입점되는 성과를 거뒀다.
창조경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래부에 창조경제센터의 이름 바꿀 수 있을지 요청해봤는데 기다려달라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창조경제센터의 순기능은 유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와해되면서 창조경제센터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할 조직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창조경제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아 기업들의 센터 설립을 독려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앞으로 창조경제센터를 어떻게 꾸려나가겠다는 사항들을 새 정부와 논의하고 기업들에게 전달해줬을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없어서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창조경제' 이름 지우기에 나선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대구시 북구 침산동 일대에 조성중인 벤처기업 집적 단지의 이름을 '삼성창조경제단지'에서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로 바꿨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적인 느낌이 강한 '단지'라는 말보다는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 특유의 창의, 혁신, 도전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캠퍼스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원하는대로 창조경제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과학기술기본법과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설립됐고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예산지원도 받고 있어 이름을 바꾸려면 법도 바꿔야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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