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첫 전화통화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지 관심이 쏠린다.
한중 양국 정상 간 소통은 지난해 9월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자 회담을 가진 이래 8개월 만이다.
이날 전화는 시 주석이 걸어왔다.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먼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는 정오부터 약 40분 동안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외국 정상으로는 두 번째로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은 조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른 시일 내 직접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방중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또 조만간 특사를 교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와 북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시 주석도 이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통화 중 문 대통령이 조속히 특사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는데 중국 측은 이에 환영을 표했다"고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이슈와 관련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은 포괄적·단계적으로 하며 압박·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도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끄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주한 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안다"면서 "이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며 양국 간 소통이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시 주석도 공감과 동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시 주석이 공 들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밝혀 오는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할 가능성도 나온다. 겅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 중에 일대일로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한국 새 정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발생한 유치원 버스 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시하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으며 문 대통령은 중국의 위로와 적절한 사고 처리 및 후속 조치에 감사를 표했다고 CCTV는 전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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