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최근 경쟁상대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응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보수 계열인 바른정당은 최근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사태로 흔들리면서, 진보 진영의 이념정당인 정의당처럼 보수진영의 이념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심 후보는 3일 강원도 춘천 유세에서 "이 자리에 보수적인 유권자가 계신다면, 심상정말고 유승민을 찍어달라. 그렇지 않은 분들은 전부 심상정을 찍어주시면 된다"고 당부했다. 한 표가 절박한 후보들이 자신의 유세장에서 라이벌을 지지하는 것은 대선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심 후보는 지난 2일 바른정당 탈당 사태 때도 "자기 당 후보가 지지율이 낮다고 야반도주했다"며 "이런 경우가 없는 정치행태에 기가 막힌다. 내가 다 분했다"며 유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정의당 역시 논평을 내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며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정치인은 좋은 경쟁자로 항상 응원할 것이다"라고 유 후보를 공개적으로 격려했다.
심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유 후보와 소수정당의 아픔에 누구보다 잘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 후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후보등록을 포기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심 후보는 "외로운 선거 운동이었다"며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공학적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보수·중도세력의 세를 모으면, 심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해 또 다시 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또 중도·보수세력에 구애하는 후보들이 난립해야 진보 색깔이 뚜렷한 심 후보가 득표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했을 수 있다.
심 후보는 이와 관련해 마지막 대선 토론을 마친 뒤 "유 후보를 격려하는 것은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하겠다는 뜻을 잘 살려나가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깨끗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면 국민들에게 가장 이로운 정치다"라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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