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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카카오 이전상장을 바라보는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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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카카오 이전상장을 바라보는 씁쓸함 이영 테르텐 대표, 전 여성벤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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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시총 2위 기업인 카카오가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한메일, 다음카페, 카카오내비(김기사), 카카오톡 등 수많은 히트 서비스를 보유한 코스닥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 전통산업 기업들이 즐비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후배 벤처경영자로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카카오 이전에도 네이버(NAVER)나 엔씨소프트 같은 코스닥시장 대표주들이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상장 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코스피 이전상장의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코스닥시장이 성장시킨 훌륭한 기업들은 코스피시장으로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코스닥시장은 점점 더 기관·외국인이 외면하는 개인 중심의 시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코스닥시장에 대한 양질의 자금공급이 줄어들고, 벤처기업의 성장기회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코스닥 대표기업들이 떠나는 마당이니 넷마블이나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코스닥에 어울리는 대형 벤처기업들도 코스닥시장을 외면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결국 코스닥시장에 남은 기업들과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꿈꾸는 많은 후배 벤처기업들은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기만 하는 훼손된 자본시장 생태계에서 힘들게 성장을 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벤처 메인보드 시장이다. 나스닥을 제외하고는 성장 기술형 벤처기업들이 중심이 되는 신시장이 이 정도로 활성화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이것이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벤처기업들의 도전정신과 다양한 정책적 지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코스닥시장이라는 자금조달 기반을 마련해 주고 벤처기업들은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해 나갈 수 있었다.

1999년 상장한 후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해 탄생한 카카오 역시 코스닥시장에서 다양한 자금조달과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제 제2, 제3의 카카오를 꿈꾸는 기업들도 코스닥시장에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 스스로 이를 부정하고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이 더 심해지도록 자금조달 생태계를 훼손시키는데 대해서 사회적 책임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기업의 어떤 의사결정이 생존과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이는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전상장은 기업의 실질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경영성과,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더 많은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이전 상장한 두개 기업을 살펴보면 외국인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고, 시가총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구나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동일 업종의 경쟁기업들 보다 높은 수준이라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기업가치 평가가 제고될 여지가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에 반해 이전상장으로 인해 코스닥시장과 벤처기업들이 입게 되는 타격과 상실감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전상장을 결정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누구나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는 꿈을 꾼다. 코스닥시장에는 앞서 나간 선배들의 성공스토리가 있고, 이러한 성공스토리를 신뢰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카카오의 이전상장 결정이 이러한 벤처 자금조달 생태계를 훼손하고, 코스닥시장을 통한 벤처기업들의 성장 사다리를 흔들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영 테르텐 대표, 전 여성벤처협회장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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