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개발단지 재건축 추진
초과이익환수제 맞물려 가속도
상계주공 8단지 등 연내 가능성
이촌동 한강맨션도 사업 탄력
뉴타운 인근 지역도 개발 열풍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서울 강남발 재건축 열기가 강북권으로 옮겨 붙고 있다. 2000년 이후 강남3구에만 집중되던 재건축 호조세가 이제는 강북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올 연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강북권 재건축까지 자극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강북 재건축 르네상스'로 해석하고 있다.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북권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요 단지는 총 40여곳, 1만8500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연내 관리처분계획인가가 확실시 되는 단지는 노원구 상계 주공8단지를 비롯한 총 4곳으로 나머지는 모두 정비구역지정 또는 조합설립인가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재건축은 크게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연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쳐야만 올해 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시점으로 사업시행인가 수준까지 사업이 친척이 돼야 연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탓에 시장에서는 탄력을 받은 일부 강북권 재건축 단지들이 제2의 강남 개발에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2000년대 초반 강남 재건축 당시 잠실주공 1·2·3·4단지가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 등으로 변모하며 일대가 신부촌으로 바뀌었고 반포 주공을 재건축해 공급된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10년째 지지부진하던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이 대표적이다. 강북권 '대어(大魚)'로 꼽히는 한강맨션은 최근 1개 동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곳은 대형평형으로 구성된 한강변 28동이 재건축 후에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에 우선배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재건축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진척이 더뎠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에서 88%의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 28동을 제외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촌동의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맨션의 경우 2003년에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했는데 상가동 소유주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촌동 재건축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데다 대지지분이 높아 사업성이 좋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북권 재건축 단지 중 최대 규모인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도 신탁방식 재건축으로 추진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조합 대신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추진위 및 조합설립 과정을 건너뛰어 재건축 기간을 1~2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성산시영 재건축 소유주 측에 따르면 워낙 대단지다 보니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비용분담이 만만찮아 신탁방식으로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 도시정비사업의 대표 모델인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 돼가며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덩달아 탄력을 받게 된 사례도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재건축 단지들이 대표적으로 인근 가재울 뉴타운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제반시설을 갖추자 인근지역도 함께 개발되는 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4년에 재건축 허용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되면서 강북권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 대상으로 올라섰다"며 "70년대 강남 개발에 이어 80년대 강북에 대규모 아파트 택지지구가 들어섰는데 그때 공급된 단지들이 현재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도시정비사업이 주로 재건축이라면, 강북은 뉴타운인데 이 뉴타운 사업들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나머지 노후 단지들까지 정비사업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북권에도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향후 일대 집값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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