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6.6배 달해
장난감·아동복·학습교재 등 육아관련 물가 가파르게 상승
월평균 육아비용 107만2000원…10명 중 9명 "부담스럽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어린이날을 맞아 대형마트에서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던 A씨는 10만원이 넘는 장난감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아들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장난감을 좋아해 합체되는 변신 로보트를 사주려고 마음먹었는데 값이 너무 비쌌다"며 "그래도 일년에 한 번 뿐인 어린이날인데 평소 갖고 싶었던 선물을 사주고 싶어 비싼 가격에도 어쩔 수 없이 사줬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에도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은 부모들이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최근 장난감 등을 비롯한 영유아 대상 상품,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6개 가까이 웃도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국무총리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연구소(KICCE) 육아물가지수 연구'에 따르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481개 품목 중 영유아 관련 상품 9개와 서비스 3개를 활용해 육아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2015년 9월 기준 육아물가지수는 91.8로 전년동월(88.6)대비 3.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0.55%(109.4→110.0)의 6.6배에 해당한다. 이 중 장난감 가격 상승 폭은 6.40%로 조사 대상 중 두 번째로 컸다.
올 1분기에도 육아관련 물가는 크게 올랐다. 아동복 물가는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4.4% 올라 2013년 3분기 6.1% 오른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유모차는 9.8% 늘어 2014년 4분기 10.3%를 기록한 후 2년여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또한 유아용 학습교재는 3.1% 올라 2015년 4분기 3.6%를 기록한 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육아물가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보니 자녀를 낳아 키운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육아정책연구소가 예비 엄마와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120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2000원으로 월평균 소비지출액의 31.0%에 달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90%가 육아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국내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세다. 육아용품 시장은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2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 한 명만 갖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내 아이에게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먹거리는 유기농으로 구매하고, 기저귀도 국산보다 수입산을 더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육아용품 물가는 점점 더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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