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직원 "판매장려금 차이로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매장, 같은 모델, 빠른 예약에도 기변 고객 '뒷전'
통신사 "예약순서대로 지급" 해명
현실은 달라…갤럭시S8 판매장려금 10만원 이상 차이
녹색소비자연대 "이용자들 근거없는 차별 받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갤럭시S8'를 예약한 기기변경 고객들이 빠른 예약에도 불구, 번호이동 고객보다 제품을 늦게 수령하면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갤럭시S8 물량이 달리자 일부 휴대폰 판매점·통신사 대리점주들이 예약순서가 아닌 판매장려금이 더 높은 번호이동 고객들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갤럭시S8+ 128GB를 예약한 김모(33)씨는 선개통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난 25일까지도 제품을 수령하지 못했다. 김씨는 SK텔레콤 기기변경 고객이다. 반면 지난 14일 같은 매장에서 같은 모델을 예약한 김씨의 지인은 이미 제품을 수령했다. 김씨의 지인은 SK텔레콤 번호이동 고객이다.
김씨는 "예약순서에 상관없이 번호이동 가입자가 우선순위가 되는 것 같다"며 "선개통은커녕 제품이 없다고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다 잡은 물고기라 이거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예약 가입자에게 정식 출시일 3일 전 먼저 써볼 수 있는 선개통 혜택을 줬으나 김씨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밀리며 여전히 구형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에 문의 결과 "예약순서에 따라 갤럭시S8를 지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갤럭시S8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장려금이 더 높은 번호이동 고객을 선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른 대리점·판매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개통이 지연되면 예약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리점주 입장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번호이동 고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통신사별 갤럭시S8 판매장려금은 기기변경과 번호이동 사이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번호이동·기기변경이냐에 상관없이 예약자들은 같은 돈을 내고 갤럭시S8를 구입하고 있다. 기다림에 지치고 뿔난 일부 기기변경 고객들은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통이 늦어지면서 사은품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도 있다.
현재 시중에는 갤럭시S8 64GB 미드나잇 블랙과 갤럭시S8+ 128GB 미드나잇 블랙 모델의 물량이 부족하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사는 주문 물량을 전달할 뿐 개통 순서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이는 통신사와 대리점주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소비자 차별을 없앤다고 나온 단말기유통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며 "통신사와 제조사가 결합해 판매하는 구조에서 이용자들이 근거없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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