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은 며칠 전 국내선 항공운임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국내선 노선이 만성 적자를 앓는 상황에서 나온 의외의 결단이었습니다.
앞서 진에어를 시작으로 티웨이·이스타·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선 운임을 5∼11% 올리겠다고 밝힌 뒤라 대한항공의 이같은 결정에 소비자들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대한항공은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이라는 대의를 위해 손실을 떠안겠다고 했습니다. "항공편이 주요 교통수단인 제주도민들의 부담도 낮추겠다"는 명분도 곁들여졌지요. 그런데 대한항공이 정말 손해만 본 것일까요.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국공항을 통해 생산하는 '한진제주퓨어워터'(생수)를 기내식과 각 그룹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한라산 기슭에서 끌어올린 무공해 천연 지하수로 생산하는 이 생수는 승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온라인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높은 인기로 수요는 매년 8~9%씩 증가하고 있지만 증산량은 2011년 이후 5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제주도 지하수심의위원회에서 취수 허가량이 몇년째 부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5월에도 한국공항에서 취수허가량을 1일 100t에서 20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지만 심의위에서 9대1로 부결시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20일 열리는 심의위에서는 증산신청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지하수 취수량은 1일 100t에서 150t으로 증가합니다. 대한항공은 늘어난 양만큼 기내에 공급하는 생수와 일반판매하는 생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제주도 한 시민사회단체는 "대한항공이 예정했던 항공요금 인상을 철회한 것은 지하수 증량을 염두에 둔 조치로 사실상 제주도와의 거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하수는 사적 소유권이 허용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대한항공과 거래를 했다는 주장이지요.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항공요금 인상 철회와 지하수 증량은 무관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비이락이랄까요.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운임 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그토록 원했던 생수 공급 확대를 얻게 된 셈입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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