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금보령 기자] "진실을 밝혀주겠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 꼭 지킬게."
세월호 희생자 故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 씨의 이같은 다짐이 광화문광장에 울려 펴지자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21차례 1600여만명이 모여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이 이번엔 3주기를 맞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5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2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진행했다. 집회 슬로건은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선체조사, 책임자 처벌! 철저한 박근혜 수사와 처벌! 우병우 구속!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이었다.
낮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가는 등 따뜻한 날씨에 광화문광장에는 일찍부터 많은 이들이 모였다. 집회 측 추산 인원은 10만여명이었다. 참가자들의 손에는 '세월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적폐청산', '세월호 3년 진상규명' 등의 글귀가 쓰인 노랑, 빨강, 파랑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이날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박씨가 무대에 올라와 동생을 향한 편지를 읽어나간 순간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추모의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박 씨는 "성호야 안녕. 안녕이란 인사도 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배에서 너와 친구들이 잘 다녀왔다고 웃으며 인사해주면 좋을 텐데 배 안에는 아직도 9명이 미수습자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라며 "그분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늘에서 도와주렴"이라며 울먹였다.
앞서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간 박래군 퇴진행동 적폐특위 위원장은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적폐세력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없는 박근혜 정부에서 설치고 다닌다"며 "세월호 인양됐지만 보지 않는 사이에 해양수산부가 증거 인멸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폐 세력들이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습에 있어 방해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대선에 앞서 다시 한 번 촛불집회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대변인은 "한반도의 위기상황이란 명목으로 촛불대선, 민생대선이 변질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한반도 위기를 막고 촛불대선 후퇴 막기 위해, 국정농단 세력이 재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29일에 다시 한 번 모여달라"고 말했다.
한편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서울·수도권 전야 기억문화제를 개최했다.
20여차례 촛불집회를 든든히 뒷받쳐 온 박원순 서울시장도 등장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촛불집회 대표 구호로 운을 뗐다. 이어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힘줘 부르곤 "미궁에 빠져 있는 그날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고 이 세상을 바꾸겠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아, 이제 그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함께 같이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김성묵씨도 무대에 올라 "2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숨어 지냈지만 진실을 위해 세상과 마주했다"며 "내가 살아남은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월호 인양은 '육상 거치'일 뿐 진짜 인양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적폐 청산 등을 해낼 수 있는 국민의 대통령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부터 3년 째 강남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을 받고 있는 '촛불시민' 최영숙씨도 무대에 올라섰다. 최 씨는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 받고 일하냐는 등의 험한 말을 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라며 "내가 그리고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다. 어떻게 그 미래를 포기하라고 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최 씨는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소중한 가르침,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각종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가수 권진원, 한영애, 이승환 씨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신경림 시인은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는 세월호 희생자 수 만큼의 노란 풍선을 띄우는 '304개의 노란빛 퍼포먼스'가 마련됐다.
한편 촛불에 맞서는 탄핵무효 집회도 진행됐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대한문 광장 앞에서 제6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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