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4월 위기설'의 뇌관 중 하나로 꼽혔던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걷혔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위를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면서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공개한 트럼프 정부의 첫 환율보고서에서 "주요 교역국 중 불공정한 무역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한 나라가 없다"며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처음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한국 역시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중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중 60%를 차지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양국 정상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합의하면서 고비를 넘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0일 계획이 아직 뚜렷한 실체가 없는 만큼, 당분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무부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추이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재무부는 중국의 무역과 통화 관행을 매우 면밀히 조사할 것이며, 특히 극도로 큰 규모의 대미흑자에 대해서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최근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는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에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다는 점도 꼬집으며 은근한 경고의 메세지를 보냈다.
우리나라 역시 경고의 대상이다. 보고서는 "외환시장 개입 관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비대칭적인 외환시장 개입 실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환율조작국의 지정 근거인 ▲최근 12개월 동안 대미국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외환 순매입규모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경상흑자 GDP 3% 이상 중 2가지에 해당돼 중국과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이번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외환·금융시장에 위기가 오고 실물로도 번질 수 있다며 '4월 위기설'이 퍼지기도 했지만 결국 실체 없는 '설(說)'에 그쳤다.
단 미국이 무역불균형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리스크는 앞으로도 남을 전망이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우리 수출에 불공정하게 짜여진 국제 무역시스템의 부담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참지도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조작된 환율을 통해 상대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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