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주택 문제 민감한 곳에서 주거 정책 실험해야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도 매진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은…청년 등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서울이야말로 주택 문제에 관해 가장 치열하고 적극적이고 민감한 곳 아닙니까. 서울에서 주거 정책을 실험해야죠."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을 주거복지 실험대로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변 사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경기도에서 정책을 실험하는 일이 많아졌고 서울에서 하는 실험은 거의 사라졌다"며 "주택이나 도시재생 실험을 서울에서 치열하게 했으면 해법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수많은 난제가 얽혀 있는 서울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얘기다.
변 사장이 SH공사로 온 지 2년6개월여. 그동안 SH공사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을 여럿 내놓았다. 구로구 오류1동 주민센터 복합화 사업,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 정비형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서울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보다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변 사장의 생각이다.
특히 정부의 권한을 현장에서 뛰는 지방공사 등에 일부 넘기면 풀 수 있는 실타래가 많다고 본다. 공공의 역할을 잘만 활용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재난위험 아파트인 정릉스카이·강남아파트처럼 사업의 긴박성이나 필요에 따라 기금이나 보조금, 용적률 인센티브, 용도 변경 등의 혜택을 조금만 주면 꼬여 있던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자율권을 주고 사업모델을 만들게 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문제 풀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사업으로는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를 꼽았다. 변 사장이 취임 후 낙후한 도심을 재생하는 공공 디벨로퍼로 거듭나자는 비전을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의미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는 "일부 고급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낡은 단독·다세대주택 등은 편의시설, 보안, 주차장 등에서 아파트와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변 사장이 언급한 저층주거지 정비는 SH공사가 2년에 걸쳐 개발한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 모델이다. 기존 뉴타운 출구전략의 대안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가로정비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서울형 모델을 만든 것이다. 낡은 단독·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을 통합 개발하는 주민 주도형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으로, 아파트 수준의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저층 주택단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올해 기존 재생·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 3곳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차기 정부의 주거 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변 사장은 청년주택ㆍ홀몸어르신주택ㆍ모자안심주택ㆍ도전숙 등 다양한 맞춤형 임대주택에 방점을 찍었다. 임대주택의 양이 부족한 시기가 아닌 만큼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변 사장은 "과거처럼 임대주택 공급량을 빨리 늘리기 위해 외곽 지역을 대규모로 개발할 필요는 없지 않냐"면서 "도심의 교통이 편리한 지역,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인센티브를 줘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 맞는 접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SH공사는 그동안 서울 시내 대규모 나대지를 택지로 개발해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데 일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개발 중인 위례·항동·고덕강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발할 땅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 SH공사가 구도심 재생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도심을 재개발하거나 낙후지역을 재생해 임대주택도 공급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SH공사의 역할은 단순히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변 사장은 그 후까지 고려했다. '주거복지전문공기업'으로서의 비전이다. 지금까지 주거복지가 일차원적으로 임대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주거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 공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주거급여, 전세보증금 대출, 집수리 지원 등 각종 정책을 한 데 넣고 주거상담을 하는 주거복지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 공급 말고도 일자리 상담,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주택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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