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첫날인 31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역 역사 안 TV에서는 구치소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전하는 뉴스가 긴박하게 쏟아졌다.
화면 속 박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올림머리는 부스스했고, 민낯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복잡해보였다.
"기분이요? 완전 따봉이죠" 서울 D고등학교 1학년생 10여 명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얘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렀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라가 이런 상황이라는 점이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삼성동 사저 주변에 거주하는 김모(57)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건 맞지만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공에 비해 과가 커서 무조건적으로 비난 받는 것 같다"며 "역대 대통령 중 누구는 잘못을 안 했냐"고 되묻기도 했다.
구속까지 하는 것은 과하지 않았냐는 시민도 있었다. 김동님(76)씨는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이나 법원의 판단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구속까지 되는 것은 너무 안됐다"며 "기소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역사 내 TV를 통해 구속 소식을 확인한 이영식(65) 씨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한만호(43) 씨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정권에서도 정경유착 문제들이 많았는데 이번 사례가 귀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 인근의 광장시장에는 점심부터 술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술상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안줏거리 삼아 현 시국에 대한 토론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광장시장에서 원단가게를 하는 이모(55)씨는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고 안 졌으면 억울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여태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억울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육회집을 운영하는 박중성(38) 씨는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며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정권에서는 외교 문제와 더불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장을 찾은 임정서(50)씨는 "구속 소식을 확인하려고 새벽 2시까지 졸음을 참다가 잠이 들었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난 남편에게 소식을 들었을 땐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윤재길 기자 mufrook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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