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공동의 미래"…환갑맞은 EU '로마선언' 채택

'로마조약' 서명 60주년 맞아 특별정상회의…영국 뺀 27개국 정상모여 브렉시트·결속방안 논의

로마조약 서명 60주년을 맞아 한 곳에 모인 27개국 EU정상들. 브렉시트 협상을 앞둔 영국은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브렉시트와 각국 선거, 런던 테러까지 겹치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환갑을 맞은 유럽연합(EU)이 분열을 넘어 다시 한번 단합의 미래를 열어가자는데 합의했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회원국 정상들은 25일(현지시간) 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서명 6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로마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의 EU탈퇴 대응과 EU의 결속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의 지속적인 통합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인 점에 공감하며 단합을 강조한 '로마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EU는 대담하고, 미래를 내다본 시도이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뭉쳤고, 유럽은 우리 공동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회원국들은 또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께 행동하되, 필요하면 다른 속도와 강도를 취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담아 EU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회원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게 협력의 강약을 달리하는 '다중속도(Multi-speed) 유럽 방안'을 지향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진통은 따랐다. 동유럽권 국가들은 '다중속도 유럽 방안'이 EU를 서유럽 중심 체재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폴란드는 이 구상에 반발해 로마 선언 서명 거부 움직임을 보이다 정상회의 전날 가까스로 입장을 바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서로 다른 속도의 유럽은 공동의 유럽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지만, 협상이 가능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난민과 테러, 미국과의 마찰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한 EU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EU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며 "불행히도 우리는 멈춰섰고, 이는 분열의 도화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통해 시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우리는 문제를 안고 있고, 어려움이 존재하며, 미래에도 위기가 올 수 있지만 동시에 단결하고, 전진한다"며 유럽이 이를 극복할 저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25일(현지시간) 로마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

한편 이날 로마에는 3만명가량의 시위대가 모여 유럽 통합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최근 발생한 런던 의사당 인근 테러를 의식해 경계 태세는 최상급으로 격상됐다. 차량 테러를 막기 위해 시내 중심가에는 트럭이나 밴 등 대형 차량 접근이 차단됐고, 회의장 주변을 비롯한 로마 중심가에는 약 7000명의 사복경찰과 무장 군인이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