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단회의 폐지,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
-정경유착 근절 위해 사회본부ㆍ사회협력회계 폐지
-권태신 부회장 "모든 마무리는 2달 정도 걸릴 것으로"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창립 50년만에 한국기업연합회(이하 한기련)으로 명칭을 바꾸고 민간 경제외교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한다.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정경유착 여지가 있는 사회협력회계도 없앤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전경련은 앞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또 "사무국은 회원사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전경련이 한기련으로 이름을 바꾼 건 '경제인(회장)' 중심의 협의체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1961년부터 중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는 이 날 회의를 끝으로 폐지된다. 앞으로 전경련의 중요 의사결정은 신설되는 경영이사회에서 이뤄진다. 경영이사회는 기존 오너 중심 회의체 성격을 탈피해 주요 회원사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경련 측은 "의사결정구조가 이사회 중심으로 바뀌면 회원사가 지적해 온 사무국의 독단적 결정 등의 관행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제단체로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창구로 이사회 산하에 경제정책위원회 등 분과별 위원회ㆍ협의회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사회본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은 대폭 축소한다.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바꾼다. 앞으로 한국기업연합회는 주로 위원회ㆍ협의회 등을 통한 소통 기능과 한미재계회의 등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한다. 이에 따라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해, 강도 높은 혁신을 단행한다.
기존 경제ㆍ산업본부의 정책연구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해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한다. 기업 정책 연구 뿐 아니라 연구의 외연을 넓혀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름을 바꾸는 작업은 이사회 총회를 거치는 등 정관을 바꿔야 한다"면서 "다음주 중에는 새로운 조직으로 출발하며 모든 마무리 작업은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또 "(명칭이 바뀌게 될) 한기련 멤버는 20여명 정도로 생각된다"면서 "싱크탱크가 될 한경연의 주요 업무방향을 결정하고 이사회 승인을 하는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규모는 회장단사에서 결정하게 되지만 너무 많으면 의사결정이 안 될 우려가 있다"면서 "전문적인 분야는 해당 위원회를 만들어 사무국의 독단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더 이상의 정경유착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외관계나 국제관계에서 기업들 간 먼저 협의해 온 민간 경제협력 외교는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5단체 회의에는 당연히 참석한다면서 "우리 기업의 의견을 전달하는 건 전경련이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 회장들 모임은 더이상 의사결정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의사결정 자체는 이사회에서 하고 명칭이 바뀐 한기련의 주요 업무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및 기업환경 개선 등 회원사 입장을 모아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서는 "기업 회원사, 국회, 언론사 관계자 등을 만나본 결과 많은 분들이 전경련이 갖고 있는 고유기능이 있기 때문에 존속해야 한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때도 한미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전경련이 앞장서서 한미관계가 좋아졌었다"면서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우리의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권 부회장은 임원 사퇴와 관련해선 "조직이 축소되니까 임원 사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선별적으로 수리할 것"이라면서 전경련이 설립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기업들이 낸 출연금에 대해선 "민법상 해산되면 국고로 환수된다. 문체부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추가 탈퇴 기업은 없다"면서도 "탈퇴한 기업들도 최대한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다. 모든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 기업들이 돌아오고 싶어할 정도로 쇄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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