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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야문놈 없지만서도…그래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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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호남 민심의 '리트머스'인 빛고을이 변심했다. 2016년 4·13총선과 2015년 4·29재보궐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등을 돌렸던 그곳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경선을 3일 앞둔 광주는 "그래도 문재인"이라는 정서가 강했다. 다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았다.


23일 광주역 앞에서 20년 넘게 택시운전을 해온 윤모씨(52)를 만났다. 윤씨는 "(광주가) 많이 바뀌었다. 문재인 거시기가 많이 높아졌어요잉"이라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말로 이쪽 민주당에선 야문 놈이 없는 거 같다"면서 "그래도 좀 나선다 하면 문재인이가 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재인을 그렇게 좋게는 안 본다"며 "그래도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때려잡을 사람은 문재인이 제일 나은 것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광주 서구 운천저수지에서 운동 중이던 최모씨(71)는 "(문 후보가) 공을 들인 게 나타난 거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앞전 대선까지만 해도 문재인을 무지하게 싫어했는데, 요즘 문재인 부인이 와서 여론을 많이 때우고 있지 않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주 시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 지수가 굉장히 높았다. "혼 좀 내줬으면 쓰것어요" "앞에 잘못했던 것에 대해 누가 더 채찍질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등의 성난 민심이 쏟아졌다. 보수 정권에 대한 심판 분위기에 힘입어 문 후보의 '적폐청산' 메시지가 광주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안 후보의 대연정은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지하상가에서 만난 황모씨(43)는 "안희정씨는 대연정 그것 때문에 완전히 맘에 전혀 안 들어버려"라며 미간을 찡그렸다. 황씨는 "광주란 지역은 사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하고는 맞지 않는 면이 너무 많다"며 "그런데 그 사람들하고 같이 손잡고 나라 운영하겠다는 건……"이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희정이 좋다. 사람 됨됨이가 (문재인보다) 더 믿을 만한 것 같다"는 여론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상무지구에서 만난 30대 신모씨는 "처음엔 문재인한테 상대도 안 될 거 같더니 그래도 많이 치고 올라오니까 갈수록 믿음이 가데요"라며 웃었다. 신씨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광주 동구에서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여성은 "안희정이 정직한 것 같아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마음에 드냐"고 물었을 때, 이 후보를 먼저 얘기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다만, 20~30대의 반응은 달랐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진열하고 있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이재명이 되면 진짜 속 시원한 나라가 될 것 같다"며 "눈치 안 봐서 좋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호남의 여론 추이에 캠프별 긴장감은 고조되는 모양새다. 오는 27일엔 민주당의 호남 경선 결과가 공개된다. 경선의 첫 관문이자,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의 여론이 드러나는 날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이 후보는 막판 표심 잡기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는 24일 광주시의회에서 본부장단회의를 진행했다. 호남권 경선토론에서는 대연정과 네거티브 책임론 등을 놓고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 후보는 토론회 직후 광주기아자동차노조도 방문키로 했다.


한편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이 정말 호남 민심에 영향이 있을까, 궁금했다. 광주에서 청취한 여론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만난 안모씨(23)는 "여기 정서상 (문 후보가) 그 얘기를 뭣하러 꺼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60대 택시기사 신모씨는 "안희정은 대연정을 주장하는 사람인데 전두환한테 상을 받으면 어떻고 박근혜한테 상을 받으면 어떠냐. 왜 지적을 합니까"라고 열변을 토했다. 마치 장년층과 청년층의 엇갈린 반응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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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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