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인상 단행…8개월 연속 '동결' 韓銀, 경계감 키워
가계부채로 운신의 폭 좁아…일부선 "연말 인상" 전망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6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한국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미 연준이 올해 두 차례 추가인상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한은이 언제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은 역시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지만 1300조원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있어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선 조심스레 연말쯤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조해왔다. 아직은 경기부양이 필요한데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계부채는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와 한계가구 등은 금리인상에 특히 취약하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한계가구를 주목하고 있다. 금리인상시 이들이 받을 타격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부에선 미 연준이 올해 네 차례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금융자문회사 에버코어 ISI(Evercore ISI)의 딕 리페(Dick Rippe)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세 차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내 네 차례 인상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번에 50bp 인상설도 나오는 형국이다.
한은 역시 이같은 분위기 변화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이달 초 한은 안팎에서 "미국 금리인상의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등을 언급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금통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여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이어가 주요국 통화정책 간 비동조화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며 "최근에는 이들 중앙은행의 정책기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의 완화정도 축소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미 연준 정책금리 추가 인상의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예상보다 클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금통위원은 "포지션이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계심이 확실히 커졌다"며 "한국은행의 포지션은 가계부채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미국이 현재 전망하는 대로 세 차례 인상을 해나갈 지 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연말께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연준이 계획대로 두 차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진행하면 금리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근거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K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올해 말에서 내년 2분기 사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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