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의 비전 '인간을 돕는 AI'
B2B 특화, 맞춤형 AI플랫폼에 최적화
SK텔레콤·SK(주) C&C와 궁합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지난해 2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조만간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하는 공포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당시 박정호 SK㈜ C&C 사장은 IBM의 인공지능 엔진 '왓슨'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박 사장이 SK텔레콤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여전하다. 현재 AI 분야에서 양대산맥은 IBM과 구글. 그렇다면 박 사장은 왜 굳이 왓슨의 손을 잡았던걸까.
IBM은 AI 분야에 가장 오랫동안 투자를 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AI 사업과 관련해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왓슨이 사람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씨, 그림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데 주목한다.
구글은 알파고를 통해 AI 기업이라는 인지도를 높였다. 알파고는 바둑에 최적화해 만들어졌지만 AI 엔진 자체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구글 검색 등 다양한 소스에서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패턴인식을 통해 AI를 교육시키고 있다.
SK㈜ C&C 관계자는 "지난해 왓슨과의 협업을 결정할 당시 다른 AI 기술과 비교해 왓슨의 장점이 뚜렷했다. 자연어처리 기반의 컴퓨팅으로서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또 상용화를 마친 것도 왓슨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왓슨은 B2B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왓슨을 도입한 기업은 자신들의 특정한 목적에 맞춰 훈련시키고 최적화된 AI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구글의 알파고는 기업ㆍ소비자거래(B2C)에 특화된 경향이 있다. 특정 분야 맞춤형 기술보다는 범용성이라는 강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왓슨과 알파고라는 AI의 지향점이 달랐고, SK의 AI 비전이 왓슨과 더 궁합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최근 '인공지능 양대 산맥인 IBM과 구글'이라는 보고서에서 "왓슨은 사람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알파고는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지점에서 두 AI의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아서 생각하고 다음 수를 내다봤다. 즉 스스로 결정을 하는 것이다. 반면 왓슨은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ㆍ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영상자료나 생체신호를 분석해 의심되는 질병과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의사에게 '제안'한다. 이 제안의 합리성이나 적합성은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 점은 SK텔레콤이 'AI플랫폼 기업'이라는 선언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SK텔레콤의 AI 비서 누구는 고객이 기기에 대화하듯 말하면 고도화된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음악 감상 ▲가전 제어 ▲IPTV 제어 ▲교통 정보 ▲백과사전 검색 ▲일정 알림 ▲알람/타이머 ▲날씨정보 ▲뉴스 브리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알파고 신드롬과 함께 AI가 부각됐을 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있었다. 그런데 왓슨은 산업과 의료부문에서 연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었다"며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치료를 돕는 차원인 것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AI'라는 점이 SK의 비전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달 초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 2017에서도 SK텔레콤의 AI 비서 누구와의 왓슨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CT 산업에도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왓슨이라는 AI 엔진을 들여와 SK텔레콤에 최적화된 AI 플랫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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