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ㆍ중 갈등으로 인한 불똥이 문화ㆍ스포츠 분야로 번질 기세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를 비롯한 한국 예술가들의 중국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는가 하면 중국의 각종 스포츠 종목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냉랭해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23일 중국 창샤 허롱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리그 여섯 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어 대한축구협회도 긴장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최근 중국 창샤 현지를 답사했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과장(39)은 "기본적으로는 중국축구협회와의 관계는 좋다. 아직 별다른 동향은 없지만 중국 외교부에서 비자 발급 등을 방해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한다. FIFA는 경기감독관을 파견해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때문에 중국이 우리 대표팀에 직접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잔디 상태가 나쁜 훈련장을 제공하거나 경기장과 거리가 먼 숙소를 배정하는 등 텃세를 부릴 수는 있다. 이런 일은 홈앤어웨이로 하는 경기를 둘러싸고 어느 나라에서든 원정팀이 흔히 겪는 일이므로 대표팀이 극복하면 된다.
가장 우려해야 할 문제는 중국 현지의 분위기. 중국 프로스포츠 지도자로 일하는 A씨는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이곳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국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했다.
중국에서 지도자로 일하다 최근 귀국한 B씨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가족 같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등을 돌렸다"고 털어놓았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에 모여 20일 중국 창샤로 출국한다. 대표팀이 중국 땅을 밟는 순간 광적인 현지 열기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관중 5만5000명을 수용하는 허룽스타디움 안팎은 "한국 타도"를 외치는 함성으로 떠들썩할 것이다. 중국 관중의 광적인 응원은 원정팀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여기에 중국 언론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중국 선수들은 플레이가 거칠기로 소문났다. 중국은 최종예선 2무3패(승점2)로 탈락 위기라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데 보너스 6000만위안(약 100억원)을 주기로 했다. 매경기 승리수당이 300만위안(약 5억 원)이다. 한국도 사정이 급해 몸을 사릴 수 없다. 대표팀은 3승1무1패(승점10)로 A조 2위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3승2패, 승점9)에 쫓기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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