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누적 1459만명 이어 4일 연인원 1500만명 웃돌아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설·전경진·정준영 수습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이르면 오는 10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05만 촛불시민이 전국에서 함께 했다. 주최 측은 박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기 전날과 탄핵이 확정되는 당일, 그리고 그 주 주말에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이자고 제안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19차 촛불집회 '헌재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을 개최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95만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1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에 따라 촛불집회 참가자는 3·1절이었던 지난 1일 연인원 1459만명을 기록한 뒤 이날로 1500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날 집회 슬로건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였다. 퇴진행동 측은 "헌법재판소의 평의가 시작된 국면에서 탄핵 인용과 박 대통령 구속 처벌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오후 4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는 사전집회 '여성대회: 우리가 민주주의를 구한다'가 열렸다.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행사로, 곳곳에서 여성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과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풍선이 함께 나부꼈다.
6시에 시작한 본집회에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 참정권 민주주의의 투쟁은 시민과 여성 모두가 피를 흘리며 얻은 결과다. 성 평등한 민주주의를 위해 여성의 힘으로 정권을 끝장내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여성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여성의 힘으로 황교안을 사퇴시키자" 등의 구호도 외쳤다.
이충재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부패하고 썩은 권력을 청산하고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촛불혁명이야 말로 우리가 되새기는 3·1운동이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3살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오는 6일은 그의 10번째 기일이다.
퇴진행동 측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안지중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 세월호 진실 규명, 사드배치 철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언론장악방지법, 성과퇴출제 폐기 등 6대 적폐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늦었지만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당은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소등 퍼포먼스와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탄핵 인용을 위한 공동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에는 탄핵 선고 전날 7시와 탄핵 선고 당일 저녁, 탄핵 선고 주말 등에 광화문으로 모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후 7시30분부터는 청와대로 향하는 세 길과 총리관저 방면, 헌법재판소로 가는 두 길 등 총 6개 코스로 행진이 진행됐다.
청와대 방면 행진 참가자들은 "이재용이 구속됐다 이젠 박근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박근혜가 구속되고 우리가 자유를 위해 행진할 때 그것이 우리의 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총리관저 방면 행진에서는 "특검 중단 웬 말이냐 황교안도 퇴진하라", "황교안이 박근혜다" 등의 구호가 나왔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행진 도중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특검 연장을 거부하는 자, 그는 범죄자의 공범이다"라며 "이 나라의 국민은 이제 촛불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우리 국민이다"고 강조했다.
헌재 앞에서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3·1절 우리 선조들이 피땀 흘려 독립운동한 날에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 심지어 브라질 국기가 있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대선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과 시청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9시쯤 행진을 끝내고 광화문광장 북단으로 되돌아온 참가자들은 30여분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대동놀이를 즐긴 뒤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설 수습기자 sseol@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정준영 수습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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