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국방부, 사드 부지교환 체결 닷새째
중국내 반롯데 정서 확산…곳곳서 시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롯데그룹이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교환 계약으로 중국측 보복에 직면하면서 중국 현지 롯데 계열사들은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내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탓이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중국 롯데 계열사들은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스카힐CC를 소유한 롯데상사가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사드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날까지 닷새간 중국의 무차별 사드 보복에 시달렸다.
우선 사드 계약 체결일부터 중국 롯데그룹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아 접속이 중단됐고, 같은 날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은 롯데인터넷면세점 4곳(한국어·중국어·영어·
일본어 등 사이트)이 지난 2일 마비됐다 복구되기도 했다.
중국내 유통매장은 중국 당국의 시설점검이 잇따랐다. 성주 롯데스카이힐CC가 사드부지로 떠오른 지난해 11월 중국이 롯데마트 매장 전체에 대한 소방점검에 나선 뒤 또다시 대규모 시설점검이 벌어졌다.
일부 점포에선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다. 일부 식품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고,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옥상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 앞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중국 기업들은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2015년 9월 롯데닷컴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둥닷컴은 지난 해 7월부터 운영하던 롯데마트관을 폐쇄했고, 징둥닷컴 내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도 지난달 롯데 플래그숍을 폐쇄시켰다.
중국 최대 뷰티 쇼핑몰 쥐메이는 창사 7주년을 기념하는 3월 1일 판촉 행사에서 롯데 제품을 모두 뺐다. 천어우 쥐메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번에 롯데 상품을 모두 내렸다. 앞으로도 팔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같은 메시지에는 12만건이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문제는 중국 관영매체들이 사드 부지를 교환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내 반(反)롯데 정서로 확산됐고, 중국내 롯데매장으로 시위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3성 중 하나인 랴오닝성도 선양 롯데백화점 앞에선 지난 3일 롯데 불매를 촉구하는 플래카드 시위가 벌어진 것을 비롯해 지난 28일부터 중국 전역의 롯데 유통매장에는 시위대가 출몰했다. 특히 지난 2일 오후 장쑤성 치둥현의 롯데마트 부근에 신원 불명의 중국인들이 나타나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으니 중국을 떠나라'를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근처의 한국 현대자동차를 부쉈다는 글과 사진이 웨이보에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 환구시보가 뒤늦게 이 같은 폭력시위에 대해 '반달리즘(기물파손 행위)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로 수위조절에 나섰지만, 쇼핑객이 몰리는 주말 시위로 롯데매장 이용객들에게도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도 현지 임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면서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롯데 매장을 이용하는 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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