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 절반 이상 북한 압박 할애
北지도부·주민 투트랙 대응 기조 유지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책임있는 자세 촉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김정남을 암살한 북한을 비판하는데 3·1절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핵미사일 위협과 테러를 자행하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에 협력하겠다"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황 권한대행의 3·1절 기념사의 핵심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점이다. 그동안 강조해온 북한 압박을 재확인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은 "정부는 그동안 상호신뢰를 쌓아나감으로써 남북관계를 호혜적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은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황 권한대행은 "특히 최근에 일어난 김정남 피살사건은 잔혹하고 무모하며 반(反)인륜적인 북한정권의 속성과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또 북한 인권과 관련해 처음으로 "가해자 처벌"을 직접 언급했다. "북한 인권 침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언급한 '가해자'는 김정은 정권을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권한대행은 "유엔안보리 결의 등의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 북한이 잘못된 셈법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도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밝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황 권한대행은 또 북한 일반 간부와 주민들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 지도부와 주민에 대해 투트랙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이룰 수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알고 시대흐름을 인식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트랙 전략으로 북한 내부 붕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위안부 소녀상 설치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는 "미래세대 교육과 과거사의 과오를 반성하는데 진정성 있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 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의 출발점이자 필요조건은 올바른 역사인식과 미래세대 교육"이라고 언급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 소녀상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잘못된 태도로 위안부 문제 합의가 흔들리면 한일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커지고 있는 국론분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선열들은 나라마저 빼앗겼던 캄캄한 암흑기에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조국 광복의 미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면서 "선열들의 이러한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헌법 정신과 가치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 줄 것을 당부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