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제한 등 극단적 보복 조치 가능성
현재까지는 타격 없어…물리력 행사하면 '매출절벽' 우려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제공을 결정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중국발(發) 리스크가 덮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인관광객(요우커)이 고객의 대부분인 면세점 업계는 중국 당국의 비자 제한 등 극단적 선택을 우려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롯데상사는 지난달 28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軍) 용지에 대한 교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군은 남양주 군용지(20만㎡)중 6만7000㎡을 롯데상사에 넘길 예정이다.
중국 현지 언론은 잇달아 한국정부와 롯데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는 단교(斷交)에 준하는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28일(현지시간)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한 관계는 준단교(准斷交)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기 정부가 양국 관계를 회복하려고 해도 사드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 같은 권위 있는 매체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중국 언론이 준단교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한중 간 단교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준단교라는 표현은 외교 관계 단절에 버금가는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로 읽힌다. 이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계는 면세점, 그리고 현지 판매량 비중이 높은 화장품업계 등이다. 샤커다오는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중국인관광객이 이미 급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한국행 여행을 제한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 조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제 크루즈선사 MSC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한국을 거치는 항로를 1~2월 평소 대비 3회 줄이되 해당 횟수만큼 일본 항로를 보완했다. 현재로선 3월 이후에도 한국행 운항이 정상화할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해 10월 한국행 패키지 관광객을 최대 20%까지 줄이고 한국 내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라는 구두지침을 내렸다. 시안(西安) 등 일부 지역에만 해당되는 일이지만 당국이 제시한 실시 기한인 4월이 다가올수록 업계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 면세점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은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총 168만2251명이며, 이들이 지출한 금액은 7억839만달러(약 8051억원)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 1월 대비 10.3%, 36.9%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중국 설)의 영향도 있었다. 관광 수요가 급증하는 춘제 기간은 지난해 2월(7~13일)이었지만, 올해엔 1월(1월27일~2월2일)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2월과 비교해도 지난달 외국인 방문객과 매출은 각각 12.8%, 44.5%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매출 호조가 중간유통상, 일명 따이공(보따리상)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드 배치 확정을 앞두고 중국 검역당국의 통관검사 강화와 개인 사업자 유통 제한을 우려한 상인들이 물량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 및 따이공을 통한 한국 제품의 유입을 제한하는 등 물리력 행사에 돌입할 경우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매출이나 이용객 규모 면에서 큰 변화는 없고, 오히려 최근들어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지만 당장 사드 배치 관련 부지교환 계약 체결된만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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