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로 4년 중임제 기반 개헌안 공식화
대선前 개헌…이달 말 발의, 4월 재보궐선거 때 국민투표
국민의당은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
'反文' 전선 형성에 방점 찍힌 듯
'대통령 사면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도 담겨
바른정당도 조만간 개헌안 발표…'分權'에선 일맥상통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개헌추진모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치권이 촛불민심에 개헌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배어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도 '대선 불출마' 선언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대선 전 개헌'을 전제로 정치 협의체 구성을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조기 개헌 주장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가 동력을 상실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을 축으로 '대선 전 개헌' 주장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여당인 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을 전제로 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이번 주 안에 당론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여당 의원들은 이날 "여야 간 5년 대통령 단임제 폐지와 대통령 권한 축소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조만간 각 정당이 권력 구조와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단일 개헌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은 당내 개헌특위를 통해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 등 외치를,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내각제에 가까운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대선 전 개헌이란 밑그림에는 이달 초 이미 동의한 상태다.
이 밖에 한국당은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과 대통령의 사면권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그동안 대통령이 임명해온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등을 구성원들이 호선으로 선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당은 이르면 이달 말 개헌안을 발의해 오는 4월12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다.
이런 한국당의 움직임에 개헌 정국도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17일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마련한 국민의당은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합류로 대선 전 개헌 쪽으로 바짝 기울었다.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해 반문(반문재인) 전선을 형성하려는 노림수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대표는 "탄핵이 인용되면 개헌세력이 집결하고, 민주당은 분열할 것"이라며 선 개헌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도 대통령과 의회가 권력을 분점하는 개헌안 초안을 마련, 이번 주 내에 의원총회에서 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이원집정부제에 가까워 국민의당의 개헌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선 전 개헌 논의는 대권 구도가 '문재인 대세론'으로 고착된 것을 깨기 위한 마지막 반전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이번 개헌안에 담긴 시기뿐 아니라 내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는 범여권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물론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선호하는 구조다. 내외치를 나누는 분권형 개헌의 경우 손 전 대표의 개헌론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대선 전 개헌과 관련된 대선주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대표적인 대선 후 개헌론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소속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개헌론 논의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에 돌입했다. 여야 각 당이 속속 개헌 당론을 채택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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