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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처한 얼굴로 베를린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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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김민희 "진정으로 사랑을 원하는 모습 표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직관적 감성으로 사랑의 의미 그려…호평 잇따라

처처한 얼굴로 베를린 사로잡다 배우 김민희(사진=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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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그래서 너무 자랑스럽다." 김민희(35)가 18일(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영화제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Silver Bear for Best Actress)을 받으며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홍상수 감독의 열아홉 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를 연기했다. 독일 함부르크 여행을 마치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내적 갈등을 겪는 역할이다. 김민희는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짜나 환상이 아닌 진정으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전날까지 대본을 외우거나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은 없었다. 홍 감독은 촬영 당일 아침에 대본을 작성한다. 준비된 연기보다 배우의 직관적 느낌을 중시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김민희는 "다른 영화작업들과 차이가 있다. 계산되거나 준비된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투르더라도 내 방식보다 대본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대본에 잘 녹아들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했다"고 했다.

처처한 얼굴로 베를린 사로잡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컷


길이가 90초쯤 되는 티저 영상에서 영희의 감정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흐른다. 담배를 피우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바람 불어와 어두울 때, 당신 모습이 그리울 때, 바람 불어와 외로울 때, 아름다운 당신 생각, 잘 사시는지..." 얼굴에 드리운 쓸쓸함은 명확하지 않다. 이리저리 흔드는 몸에 가을바람처럼 처처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스크린 데일리는 영희가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신에 주목했다. "영화감독과 영희의 감정이 강렬하게 부딪히는데, 어떤 답도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랑은 종종 뜨거운 방식으로 연인 사이에서 논의되는 추상적 개념"이라고 했다. 버라이어티는 "연애의 끝을 받아들이는 젊은 여배우에 대한 우아하면서 이분법적인 캐릭터 분석이 돋보인다. 형식은 단순하고, 표현은 탁 트여 있으며, 접근은 부드럽다"고 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홍상수의 장기인 남녀의 삶에서 사랑의 의미를 묻는 영화에서 김민희는 관객을 깨어있게 한다"고 했다.


한국의 여배우가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2007년 칸영화제에서 영예를 안은 '밀양'의 전도연 이후 10년만이다. 김민희에게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큰 키와 개성 있는 얼굴로 데뷔부터 주목받았으나, 드라마 '순수의 시대(2002년)' 등 주연한 작품에서 매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2008년)'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고, '화차(2012년)'에서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표현으로 선입견을 깼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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