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나 코스피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담긴 이른바 ‘4월 위기설’이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우로 보고 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6일(미국시간) 전날보다 0.04% 오른 2만619.77에 거래를 마치며 6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석달만에 8.7%, 이달 들어서만 3.8%가량 올랐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2060~2080대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달 상승률은 0.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 탄력을 되찾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소득층 감세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 증시는 힘을 못 받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 탄력이 둔화된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11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2월 말 1215원에 육박했다가 최근에는 1140원대로 추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한국 주식시장에서 6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흐름에는 환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투자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일종의 진공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오는 4월에 내놓을 환율보고서에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 변동성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지난 13일에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기사를 내보내 기획재정부가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국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중국을 지정해 압박을 강화하면 원화 가치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월에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위기설의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되면 유로화 급락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은 기우라는 것이 증권가의 일반적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보다는 대중 통상압력 확대와 환율 제도 조정의 압박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 혹은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단기 불안은 불가피하겠지만 미중 간 갈등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위기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대선 역시 1위와 2위 간 결선 투표는 5월에 치러질텐데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친유럽연합 성향의 마크롱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한국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기업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용구 연구원은 “과거 오너들의 법리적 이슈 사례를 보더라도 업황이 좋으면 영향은 크지 않았다”면서 “삼성전자의 업황과 실적이 좋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그간 상승세로 인한 차익실현 매수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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