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3일 재소환해 조사하면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검의 그간 행보를 고려하면 재청구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는 분석이다. 특검 관계자는 "오는 15일 무렵에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재소환을 앞두고 이 부회장과 청와대 간의 대가관계를 입증할 추가 정황을 포착했다. 법원이 앞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지적한 수사 절차상의 미비점도 일정부분 보완을 해 둔 상태다.
특검은 뇌물죄 혐의 입증에 필요한 추가 증거와 정황 등을 모은 상태다. 특검은 최근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했는지를 들여다보던 공정위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합병'의 위법성을 따져보려고 조사를 하자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승계구도 확립을 지원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하며 개입한 게 아닌 지 의심한다.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삼성 합병안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를 통과한 2015년 7월 10일자로 '순환출자 해소'라는 메모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장이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윗선'의 압력으로 국민연금에 '삼성합병 찬성'을 지시한 사실 등을 넘어 추가 정황을 확보한 셈이다. 특검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기각 이후)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을 소환해 확인을 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한 전날(12일)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삼성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구조 구축, 이에 기반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장악이라는 논리를 보강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특검은 아울러 영장 기각 사유였던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도 일부 완료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공범'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구속기소)씨를 지목하고 모두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검은 이들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지난 달 법원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점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하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9일 최씨를 소환해 뇌물수수 혐의 조사를 진행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함으로써 수사 절차상의 완결성을 일부나마 갖춰뒀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재소환조사는 '관련 정보 유출'을 주장하며 대면조사를 한 차례 보이콧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이 대면조사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9일로 합의된 대면조사를 한 차례 보이콧했다.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은 아직 협의를 재개하지 않았다. 특검은 박 대통령 조사 없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현실적인 어려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의 불가피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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