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명동 K뷰티 브랜드숍, 매출ㆍ방문객수 급감
中 경제 보복 없다더니 비자 발급 속도 늦춰…방한 요우커 수 '뚝'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말도 마세요. 매출이 3분의1로 떨어졌다니까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대상으로 장사하는데 정말 큰일났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 관계자는 텅 빈 명동거리를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일주일이면 나오던 한국행 비자가 최근에는 한 달이 넘게 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자 발급을 기다리던 요우커들도 일본,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출 감소 탓에 일자리 보전도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인근에 위치한 더페이스샵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인 매장 관계자는 "일 평균 200만원가량이던 매출이 1월부터 30%씩 감소하고 있다"며 "원래도 골목에 위치해 있어 실적이 좋지 못했는데, 명동 거리를 거니는 요우커 수가 감소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관계가 있냐는 질문에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이런 사안에는 굉장히 민감해 한다"고 긍정했다.
방한 요우커 수 감소에 명동에 위치한 한국산 화장품(K뷰티)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사드와 연관 짓지 않으려고 하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방한 요우커 수 감소에 따른 매출 급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날 둘러본 'K뷰티 집성촌'인 명동 거리에 위치한 20여개의 화장품 브랜드숍은 판매직원이 요우커 수보다 많았다. 몇몇은 방문객이 없어 멍하니 명동 거리만 내다보기도 했다. 요우커들에게 인기있는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 매장도 마찬가지다. 이 매장 관계자는 "개당 3000원짜리 팩을 1200원에 할인해준다"며 흥정했지만 요우커들은 싸늘하게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대량 구매 고객을 일컫는 '캐리어 부대'도 사라졌다. 이니스프리 명동점 입구 앞에는 캐리어 3개가 놓여있었다. 4층에 마련된 캐리어 보관함도 마찬가지. 48개의 보관함에 물품이 담긴 칸은 3개에 불과했다. 1층에서 제품을 둘러보는 요우커들도 15명 남짓해 4층 높이의 매장 규모가 무색했다. 스킨푸드 매장 내에는 1박스에 50개씩 담긴 마스크팩 박스 50개가 성인 남성 키 높이만큼 쌓여있었다. 미샤 매장에도 방문객보다 판매직원 수가 더 많았다.
반면 동남아 관광객의 경우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 요우커의 빈 자리를 채웠다. 비욘드 매장 관계자는 나라별 방문객 비중에 대해 "요우커 반, 동남아 반인 것 같다"며 "K뷰티에 대한 인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비욘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던 동남아 관광객 마야사리 씨는 "이번 방한 목적 중 하나가 K뷰티 제품을 싼값에 구매해 가는 것"이라며 "실제 한국에서 5만원대에 판매하는 더페이스샵 콜라겐 제품이 인도네시아에서는 1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쉬 매장 관계자는 "감소한 요우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한국행 장기 체류 목적의 비자 발급 제한을 해제해서 그렇다고 들었다"고 추측했다.
실제 요우커들은 사드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60명 단위의 단체 관광을 온 소야(18) 씨는 "사드, 한한령 관련해 언론에서 들었지만, 실제 중국에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며 "현지에서 K드라마, K뷰티 등이 여전히 인기있고, 한국 관광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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