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거래 바닥 탈출 영향
1월 거래량 작년比 38% 늘어
제한적 물량에 잿빛 전망도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올 들어 부동산 수요가 서울 분양권 거래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분양권 거래량은 작년 1월보다 38%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로 예년보다 평일이 짧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 건수는 385건으로 작년 1월 278건보다 38.5%(107건) 늘었다. 지난해 12월 391건보다는 6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설 연휴 등을 제외한 평일로만 따져본다면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고 아파트 매매와 달리 분양권시장은 각종 규제와 금리인상 우려 등의 악재 영향을 덜 받았다"며 "특히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기존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가 바닥을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자 분양권시장의 분위기도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지난달 20일 기준)은 전주보다 0.1%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주간 변동률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작년 10월21일(0.10%) 이후 석 달 만이다. 최근(지난 3일 기준)엔 0.08%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12월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엔 4512건이 거래돼 전월(9409건)보다 52.0%(4897건) 급감했다. 전년 1월(5431건)과 비교해도 16.9%(919건) 줄었다.
서울 재건축 가격의 상승 반전은 최근 서초구 반포 현대, 송파구 잠실 진주와 미성ㆍ크로바아파트 등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재건축 심의 통과 영향 덕분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강남을 중심으로 분양권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매제한이 해제된 레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전용면적 59.96㎡의 경우 지난해 12월5일 10억7900만원에서 12월21일 10억539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올 1월3일 다시 10억7900만원에 거래되며 낙폭을 회복했다. 전용 99.91㎡도 지난해 말 15억22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올 들어선 15억7100만원에 사고 팔렸다.
개포동의 C공인중개사는 "올 들어 매수문의가 부쩍 늘어나는 등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설 연휴도 끝났기 때문에 전보다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양권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지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 센터장은 "강남4구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11ㆍ3 대책 규제가 소급 적용은 안 되기 때문에 이전 물량은 거래가 자유롭지만 그 이후는 전매가 제한된다"며 "희소성이 높아졌지만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전망 자체는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분양권시장도 호가가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는 패턴으로는 볼 수 없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량이 늘었다가 다시 가격이 오르면 거래가 줄어드는 등의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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