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우마이(짙은 스모그)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강한 바람과 함께 걷힐 때를 기다려라."
매해 강도가 극심해지는 중국의 스모그 공포가 웃지 못할 새로운 풍속을 만들고 있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른바 '스모그 난민'에 관한 이야기다.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북부 도시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따뜻한 남쪽 지방이나 비자가 필요 없는 가까운 해외의 공기 청정 지역으로 잠시 떠나는 '비마이(먼지를 피하다)'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은 이달 중에만 스모그를 피하려는 중국 여행객이 15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는 '스모그 피하기' '폐 청소' 등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고 씨트립은 전했다.
스모그 난민에게 성지로 꼽히는 곳은 하이난성의 싼야, 윈난성 리장ㆍ쿤밍, 푸젠성 샤먼 등이다. 공기도 좋고 스키 리조트가 있는 허베이성 작은 마을 충리도 인기 피난처다. 지난 16일 저녁,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스모그 경보 최고 등급인 적색등이 켜지자 베이징에 사는 장아오솽씨는 남편과 함께 10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충리로 떠났다. 장씨는 "매년 이곳에 오는데 올해는 유난히 사람이 많아 정말 난민촌 같았다"고 말했다.
궈웨이씨는 중국 최고 휴양지로 손꼽히는 싼야에 지난달 아파트를 임대하고 몇 주째 머무르고 있다. 궈씨는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아예 현지인처럼 살고 있어 가족 모두가 행복해 한다"고 했다. 스모그 난민이 출몰하는 지역의 물가가 들썩일 정도다. 궈씨가 빌린 아파트 월세는 한 달 만에 9000위안에서 1만3000위안까지 올랐다.
스모그로 뒤덮인 베이징은 유령 도시처럼 황량한 풍경이다. 서우두 국제공항에서는 수백편의 비행기가 취소 혹은 연착돼 불편을 겪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가 탄 전용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베이징으로 향하는 곳곳의 육로도 막혀 제 때 도착하지 못하는 택배만 4000~500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환경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 변호사 집단은 최근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당국이 스모그 통제에 실패한 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시민들은 정부가 스모그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 지 오래"라며 "강력한 바람이 불어 차라리 자연이 스모그를 없애주길 바라는 게 낫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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