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부가 또 다시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해 한달 갓 지난 시점에 나온 4ㆍ1대책을 필두로, 각종 전월세대책이나 후속조치를 포함하면 14번째다. 가장 최근 나온 11ㆍ3대책은 그간 현 정부가 견지해 온 부양기조를 접고 본격적인 관리모드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앞서 두달여 전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내놓은 8ㆍ25대책에 이어 이번 수요조절 대책까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흘러갈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대책의 방점은 강남 재건축 등 특정 지역이나 부동산에 낀 투기수요를 걷어내는 데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 거품이 있다, 국지적인 불안양상을 빚고 있다"는 판단이 주를 이뤘는데, 이번에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수요 중심의 시장을 형성",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표방했다.
그간 일부 부동산을 중심으로 과열양상이 뚜렷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간 시장활력을 우선 순위에 두고 각종 규제완화책을 내놨던 데다 , 국내 경제성장률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시장을 억누를 만한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울이나 부산, 일부 수도권 신도시 등 과열지역이 있는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었다. 특정지역을 꼬집어 규제하기 위해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 외에는 마땅치 않기에 이번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예상돼 왔다.
특정 지역이나 부동산에 투기수요가 몰려드는 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그나마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강남재건축처럼 항상 수요가 몰려들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부동산이라면,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허름한 아파트가 3.3㎡당 8000만원이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3, 4년 후 새 아파트로 바뀐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띨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권 분양단지라 해도 분양가가 높을 경우 미분양부담이 상당했는데 올 들어서는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에 초단기간 완판이 이어지고 있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간 데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주택을 거래하는 데 은행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수요가 몰려들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드는 데 정부가 최일선에 있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각종 악재만 산적했던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부동산만 나홀로 급등하고 있는 건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이나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수위가 센 대책이 나온 만큼 단기적으로 조정되는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당장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시세를 수천만원씩 낮춘 급매물이 부쩍 늘었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서울은 전체 자치구를 조정 대상지역으로 묶는 등 촘촘한 장치를 마련한 것도 정부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문제는 시중 부동자금이 마땅히 갈 만한 곳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기존에 분양한 단지나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수익형부동산, 본격적인 규제까지 시간이 남은 부산 등에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말 미국 금리인상이 가능서이 낮아지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지적 불안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식, 이번 대책에 이어 언제든 추가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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