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넉달만에 방일
일본롯데 계열사 이사회 잇따라 참석…장악력 강화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출장이 길어지고 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된 직후 대국민사과와 함께 롯데 혁신안을 직접 발표한 신 회장이 한국롯데에 이어 일본 살림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일본으로 건너간 신 회장은 최근 일본 계열사들 이사회에 잇따라 참석 중이다. 일본은 상법상 이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데 신 회장이 지난 넉달간 검찰 수사로 발이 묶이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이사회가 한꺼번에 열리고 있는 것.
신 회장은 이들 이사회에 연일 참석해 일본롯데 계열사 다지기와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넉달이나 일본 업무가 미뤄졌기 때문에 일본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면서 "당분간 도쿄에서 머물며 일본 사업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해 20여개의 일본롯데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선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키로 의결하는 등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또 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컨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도 관철시켰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 재건을 위한 전날 국내에서 발표한 혁신안의 핵심 내용인 '준법경영위원회'와 일맥상통한다.
신 회장은 최근 일본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타치 다카시 보스턴컨설팅(BCG) 매니징디렉터가 일본롯데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사키 도모코 데이토대 법학부 교수에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의 두 번째 사외이사다.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와이 가쓰미 상무 등 일본 롯데 임원 5명 등 사내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일본 롯데 임원 일색이던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외부 인사가 늘어난 것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신 회장 체제로 개편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검찰 조사를 거치면서 신 회장이 구속되는 등 부재상황에서 일본 경영진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던 지난해 7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 가운데 고바야시 CFO가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이번에 외부인사가 두 명이나 늘면서 신 회장의 일본롯데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이 일본 지배력 강화 작업에 집중하면서 부친인 신 총괄회장의 생일(11월3일)에는 불참한다. 신 회장과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 따른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직후 일본에 넘어갔다 지난달 31일 부친 생일에 맞춰 귀국했다.
롯데 오너 일가가 신 총괄회장의 생일에 맞춰 가족모임을 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부친 생일에 맞춰 어제 귀국했는데 가족 모임에 관해서는 논의 중으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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