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으로 다 잡은 대선 승리를 놓칠 위기에 처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한편 미국 대선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는 오는 8일 투표일 이후까지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향후 정국의 뇌관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클린턴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에서 가진 유세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FBI가 왜 이 시점에 뚜렷한 증거도 없이 갑자기 선거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지금 그들(FBI)이 내 참모 중 한 명의 이메일들을 보려고 하는데, 좋다. 반드시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내 이메일들에 대한 조사한 결과와 똑같은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번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이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의 정면돌파는 흔들리고 있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자신에 대한 공세의 예봉을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임스 코미 FBI국장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코미 국장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며 연방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메일 재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며 논란의 중심에선 클린턴의 최측근이자 수행비서 후마 애버딘은 이날부터 클린턴의 유세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경합 열세로 간주됐던 미시간 주를 집중 공략했다. 판세 뒤집기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유세를 통해 "클린턴은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 부부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메일 스캔들은 앞으로 계속 미국민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면서 "클린턴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CNN은 FBI 소식통을 인용, 코미 국장이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은 타당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CNN은 또 코미 국장이 모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에 대한 공개 발표를 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유보된 채 선거가 치러질 경우 선거 이후에도 FBI의 선거 개입과 결과 불복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코미 국장을 임명했던 백악관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코미 국장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또 어느 당의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고 은밀하게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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