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면세점 구매 외국인수 10% 가까이 감소
메르스 덮친 작년 6월 외국인수 46.8%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
중국 정부 한국 저가여행 축소 정책 요우커 감소 우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수가 전월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에 고공행진한 국내 면세점 매출도 8개월만에 꺾였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으로 한ㆍ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내 관광ㆍ소비시장에 본격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수는 지난 8월 190만400명에서 171만600명으로 9.9%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68만8000명으로 메르스가 터진 같은해 6월 대비 46.8% 급감한 이후 최대 감소치다. 이후 지난해 8월 115만1200명으로 회복하며 계속 증가 추세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외국인수가 2.2% 감소한 이후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 7월에는 191만7200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8월 190만300명으로 소폭(0.1%) 감소하며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요우커가 감소한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통상 중국 단체관광은 여행 2~3달전에 예약을 하는 만큼 지난 6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요우커수가 줄면서 면세점 외국인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신규 면세점의 경우 매출에서 요우커 비중이 80%에 육박하며 롯데와 신라 등 기존 면세점도 60~70% 달한다.
외국인 방문객수가 급감하면서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9억4357만달러(1조667억원)로,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한 지난 8월 9억6793만달러(1조942억원)에서 2.6%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이 6억6647만달러(7534억원)로 전달보다 2.4% 줄어든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휴가 시즌 외국인 구매고객이 최대치에 달하면서 기저효과와 사드 영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 정부가 현지 여행사들에게 한국행 요우커 수요를 지난해보다 20% 줄이고, 현지 쇼핑을 하루 한 번만 진행하라는 지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면세점 요우커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여유국은 저가 단체관광의 폐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현지 쇼핑 횟수를 위반할 경우 약 30만위안(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요우커의 면세점 방문은 저가 단체관광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국내 면세점들이 요우커 유치를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들에 리베이트를 제공, 여행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여행사들에게 지불한 송객수수료(리베이트) 합계는 총 5729억원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리베이트는 2013년 2967억원에서 2014년 5486억원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면제점 관계자도 "요우커 저가 단체관광의 폐해를 없애려는 방침이든 면세점 입장에서 치명적"이라며 "국경절(10월1~7일)로 요우커가 집중되는 이번달은 물론 당분간 매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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