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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현대차 시총 역전]노조 리스크와 상생으로 엇갈린 결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6초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역전은 상생과 대립의 결과다. 노사간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을 실천한 SK하이닉스는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했다. 반면 현대차는 노조 리스크로 매년 대립구도와 파업이 반복되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때 법정관리까지 내몰렸던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한편의 드라마다. 승부처마다 경영진과 직원들간 신뢰가 빛을 발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업황이 악화됐을 때에도 '상생협력 임금 공유제'를 시행했다. 임직원이 임금 상승분의 일부를 내면 회사가 상응하는 기금을 내 자금을 조성, 협력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직에도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M&A(인수합병)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9년 반도체 빅딜에 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돼 탄생한 이 회사는 설립 당시 15조8000억원의 부채를 짊어진 골칫거리였다.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5년간의 워크아웃, 10년간의 새 주인 찾기 과정을 거치며 부실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구조조정과 사업부 매각, 노사 화합을 통해 흑자전환과 워크아웃 졸업을 이뤄냈다. 2011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SK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무리한 M&A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SK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선제적인 투자'가 꼽힌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무렵인 2012년 초는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악화되면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시설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2012년보다 투자를 10% 늘린 것.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자 경쟁우위에 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는 물론이고 노사간의 화합이 실적 견인의 포인트"라며 "노사간 신뢰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 추락은 제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산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하락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재도약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노조 리스크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서만 24차례 파업과 12년만에 전면파업이라는 반갑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이로 인해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2조9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차질은 7만9000대, 11억4000만 달러에 달해 2009년 8월 이후 최대의 수출 감소율(-24%)을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했다. 해외 판매도 국내 공장 수출분이 20.9% 줄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지금까지 1994년과 2009~2011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파업을 했다. 지난해에도 파업이 이어지며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해를 넘기기 직전에서야 임금ㆍ단체협상이 겨우 타결됐다.


올해 현대차 임금 협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을 포함한 안으로 타결될 경우 연간 임금은 9461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으로 도요타 연간 임금은 7961만원, 폭스바겐은 7841만원이다. 2000년 7.2%였던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직접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14.3%까지 올랐다. 이는 폭스바겐(9.7%)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도요타(6.1%), 닛산(5.8%) 등 일본업체의 2배 이상이다.


인건비는 치솟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총 시간은 도요타 24.1시간, 폭스바겐 23.4시간 등이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는 26.4시간에 달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통상 40~50대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73대,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의 66대에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 기여도가 높은 국내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마다 현대차의 손익 악화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상황으로는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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