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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앞두고 서강대 학내갈등…명문사학의 '위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이슈추적] 428위→581위→769위로 세계대학 순위 급락
"특성화 학과 육성·산학협력 시설 유치 등
타 대학 도전할 때 우리 학교만 제자리"
대학 구성원들, 예수회 재단 개선 요구


입시철 앞두고 서강대 학내갈등…명문사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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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다들 명문대라는 자부심으로 입학했어요. 예전엔 공부 많이 시킨다고 '서강고등학교'라는 놀림도 받았지만, 그만큼 학생들 실력 좋고 취업도 잘되는 대학이라는 인식도 있었고요. 하지만 군복무까지 하면서 6년간 학교를 지켜본 바로는…. 차라리 같은 점수라면 다른 대학에 가는 게 낫지 않나 푸념이 저절로 나와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25)씨의 말이다. A씨 한 사람의 푸념을 떠나 지난주 가을축제로 한창 들떠있어야 할 서강대 캠퍼스 곳곳은 어수선했다. 예정된 공연들은 무대에 올랐지만 밤 10시가 되자 음악소리는 잦아들었고 "누구는 단식 농성 중인데 그 앞에서 치킨이나 뜯을 수 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평소보다 축제 규모도 축소됐다.

곳곳에서 들리는 재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학교 위상 저하와 재단의 불통'으로 요약됐다. 반세기 넘는 학교 역사를 놓고 볼 때 다른 대학들이 적절한 시기에 규모를 키우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해 오는 동안 서강대는 지나치게 전통성만 고수해 온 나머지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난이다. '남양주캠퍼스 사업'을 놓고 학교와 재단 간의 갈등이 표면화됐을 뿐 실은 학교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에 대한 이견이 근저에 있다는 것이다.


졸업을 앞둔 한 학생(23)은 "예수회 신부들은 대학이 그저 자본의 논리에 휩쓸려 취업 사관학교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씀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예전처럼 학문과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도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신성한 건학이념만 앞세우는 게 종교재단의 한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졸업생(92학번)은 "다른 대학들이 분교나 제2캠퍼스를 세우고, 특성화학과를 육성하고,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과 실습실을 갖추는 동안 서강대는 의대 유치에도 실패하고 로스쿨도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만 인가받았다"며 "이제는 열악한 예산 탓에 어떤 학과는 논문 구독료조차 제대로 못내는 형편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질타했다.


'세계대학랭킹센터(CWUR)'가 발표한 대학평가 결과에서도 서강대는 2014년 상위 1000개 대학 중 428위에서 2015년 581위, 2016년 769위로 순위가 급격히 하락 중이다. 학교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외부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입학성적으로 놓고 보면 서강대는 문과에서는 여전히 최상위권 대학이지만 이공계 학과가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점, 그리고 캠퍼스 분위기나 학생들에 대한 지원, 학교의 발전 가능성 면에서 다른 경쟁 대학들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귀띔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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