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손흥민(24·토트넘 핫스퍼)은 지금 물이 올랐다.
선수가 상승세를 탈 때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 중 포지션도 한 가지다. 손흥민도 포지션의 영향이 있어 보인다. 지난 시즌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첫 일년을 고정 포지션 없이 뛰었다. 사실상 멀티였다. 왼쪽과 오른쪽을 넘나든 것은 물론이고 최전방 공격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나섰다.
실험의 의미가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성향과 특징을 알고 싶었다. 정보는 있었지만 아직 파악이 덜 된 것 같았다.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들어난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좌우 날개는 물론이고 9번(최전방 스트라이커)으로도 뛸 수 있다고 했다. 포지션을 고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 시즌은 다르다. 손흥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 세 경기를 모두 왼쪽 날개로 나왔다. 포지션이 확실해 졌다. 지금으로 봐서는 왼쪽 외에 다른 포지션으로 뛸 가능성이 없다. 선수 영입으로 왼쪽 날개 외 다른 공격 포지션의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굳이 손흥민을 자리를 바꿔 가며 기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손흥민도 편해졌다. 왼쪽 날개로 어떻게 될 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왼쪽 날개로 필요한 왼발 크로스와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경기장에서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손흥민은 벌써 정규리그 세 경기 네 골이다. 한 경기에 두 골을 넣은 것이 두 번이다. 압박이 심하고 강한 몸싸움으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기란 쉽지 않은데 손흥민은 이를 잘 해냈다.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도 두 골이 나왔다. 손흥민은 전반 7분 직접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올린 뒤 흐른 공을 다시 잡아서 빈센트 얀센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중앙으로 파고들며 왼발 슈팅을 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3분에는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혼자서 왼쪽을 돌파하다 수비수들을 달고 역주행 후 돌아서면서 오른발로 슈팅 해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슈팅 찬스가 나면 바로 때렸다. 자신감도 있었고 감도 좋았다. 손흥민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렇게 잘하면 앞으로 있을 중요 경기에서도 토트넘은 손흥민을 빼기 어렵다. 손흥민의 시즌 초반 상승세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운 토트넘은 미들즈브러를 2-1로 이겼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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