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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되는 건물들…콘크리트는 비정규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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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 내달 28일까지
콘크리트, 이중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건축 재료로
그 안에 숨겨진 힘과 구조를 가시화
자본주의의 이면 드러내기 위해 노력

재건축되는 건물들…콘크리트는 비정규직이었다 레미콘(Ready Mix Concrete, 2013)'과 '부스러기(Fragments,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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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김지은(39)의 개인전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2005년 '제도화된 풍경'부터 2010년 '계획된 진부화', 2014년 '폐허의 건축', 2015년 '변덕스러운 땅'까지 작가는 건축 현장을 형상화하면서 자본주의의 이면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였다. 깨달음과 각성이 있었다. 작가는 건축이라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이면의 힘과 구조를 가시화하고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따라 생성되고 변화되는 공간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갈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에 담았다.

김 작가는 "공사장에 치는 천막이 우연히 있는 것이 아니라 법규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작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전까지는 풍경을 접할 때 단순히 시각적 측면에만 머물렀지만, 그 풍경이 여러 힘에 의한 것임을 인식하게 됐다. 하나의 풍경을 접하더라도 미술작가, 부동산업자, 건축가, 도시계획가가 보는 것이 다르듯 다양한 시선이 교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 개인전을 관통하는 주제는 '콘크리트'와 '가건물'이 두 축을 이룬다. 특히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한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에 애정을 쏟는다. 이를 통해 변두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콘크리트는 자본의 필요에 따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삶을 닮았다. 김 작가는 "콘크리트는 가장 흔한 물질이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 실제로 콘크리트는 가건축의 재료가 아니지만 건물을 짓고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한다. 역설적으로 '가건축의 재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재건축되는 건물들…콘크리트는 비정규직이었다 '콘크리트 큐브'(Concrete Cube, 2016)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고양시 벽제는 작가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레미콘공장이 주변을 메우고 있다. 작가는 생활 속 주변 환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콘크리트를 관찰과 사색의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그것을 둘러싼 정치학적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시멘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콘크리트 큐브(Concrete Cube·2016)'를 통해 콘크리트의 탄생과 폐기되기까지의 생애를 담았다. 큐브는 콘크리트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회화로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김 작가는 "콘크리트는 서로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물질이다.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초고층건물이나 교량을 만들 때는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선진국에서도 쓰이지만 또 후진국에서도 널리 사용되며 액체였다가도 갑자기 고체 상태로 돌변한다. (큐브는) 보기에 따라 면이 튀어나와 보일 수도, 들어가 보일 수도 있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형태를 골랐다"고 했다.


재건축되는 건물들…콘크리트는 비정규직이었다 수상한 지붕들-공장 풍경(Suspicious Roof-Factory Landscape, 2016)'과 '땅이 기억하는 이야기(Memories Of Land,2016)',



페인트칠과 다양한 마감재를 차용한 치장들을 걷어내면 콘크리트의 맨살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특히 전시실 한 공간 안에 대상의 화려함과 어두움을 병치함으로써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가령 '레미콘(Ready Mix Concrete·2013)'과 '부스러기(Fragments·2014-2015)' '수상한 지붕들-공장 풍경(2016)'과 '땅이 기억하는 이야기(Memories Of Land·2016)' '콘크리트 안과 밖(Inside out-Concrete·2016)' 등의 작품은 극명한 대비효과를 보인다. 김 작가는 "전시구성을 하다 보니 생겨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가건축물은 두 가지 모습을 다 갖고 있다"고 했다.


김지은은 서울대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와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를 졸업했다. 암스테르담 갤러리 론 만도스 코리안 컨템포러리전(2015), 두산연강예술상(2014),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 스펙트럼(2012), 홍콩 에스파스 루이뷔통 우마드 코드전(2012)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은 10월28일까지 갤러리시몬에서 열린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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