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함 없는 '상큼' 그 자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커다란 솥에 곰탕이 팔팔 끓는 날이면 엄마가 장시간 집을 비우신다는 신호였다. 시골에 계시는 외할머니댁에 내려가시는 날은 어김없이 상에 곰국이 올라왔다. 이런 곰국은 똑같은 재료, 똑같은 손맛이라도 여름과 겨울에는 맛이 달랐다. 소뼈에서 진하게 우러나온 뽀얀 국물은 겨울에만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름에는 고소한 맛이 나 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줬다.
곰탕은 꼭 겨울에 먹어야한다는 편견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여름에 먹어야하다고 생각되는 음식은 또 있다. 뻘뻘 흘린 땀을 단번에 식혀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그 중 하나다. 이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아이스크림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누가 말했던가. '제대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여름이 아닌 겨울에 먹는다'라고. 얼음이 잔뜩 들어가 오도독 씹어먹는 폴라포, 먹다보면 손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쭈쭈바 등은 여름 한 철 찾게 되는 게 사실이지만 단순히 '시원함'보다 '맛'을 강조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계절에 상관없이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디저트'로 화제를 모은 젤라토 '아모리노'가 이 경우다. '장미 젤라토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아모리는 스패츌러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으로 한 잎 한 잎 붙여 '꽃 한송이'를 만들어낸다. 이에 지난해 12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아시아 1호점이자 국내 1호점을 오픈하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달걀과 우유를 넣지 않고 만든 신제품 '비건 젤라토'를 출시해 맛으로도 차별화를 내며 승부수를 걸고 있다. 시중에 나온 10종의 메뉴 중에서 남아메리카의 신선한 라임과 지중해 연안의 바질을 원재료로 사용했다는 신메뉴 '라임바질'을 주문했다. 상큼하고 개운해 기존 텁텁한 뒷맛이 남는 다른 아이스크림들과는 달랐다.
샤베트 형태라서 후식으로 먹어도 살찔 부담이 없을 뿐더러 청량한 모히토 맛이 나 깔끔했다. 별도의 색소도 첨가되지 않은 듯 무색 젤라토에는 분쇄된 바질 잎이 콕콕 박혀있었다. 모든 젤라토에 향료와 색소, 인공방부제 등의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곳 관계자 설명이다. 가격은 스몰(140g) 5500원, 레귤러(170g) 6500원, 라지(225g) 7500원으로 다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비교해도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아모리노는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몰이자 유명 맛집을 한데 집결시켜놓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 지하 1층에 4호점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입맛이 고급화되는 국내 미식가들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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