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조선산업에 이어 해운산업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몰락하면서 조선과 해운산업에 기반을 둔 지역경제의 피해도 빠르게 전이(轉移)되고 있다.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와 울산은 조선 빅 3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지역내 경제기반이 위축되고 실업자가 양산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지역먹거리는 해운산업의 붕괴로 부산지역은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부산지역 항만ㆍ물류업계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과 국적 선사 부족에 따른 외국 선사의 영향력 확대와 운임 상승, 입항 선박 감소에 따른 선용품, 벙커링 등 항만물류업계 손실 확대, 제조업계의 납기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한 한진해운에 기 납품된 각종 선용품에 대한 미수금 회수 불가 등 유무형의 손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에 처리한 환적화물은 6m짜리 컨테이너 1008만개로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51.8%)을 차지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2대 국적선사의 해운동맹에서 기존 환적화물을 50% 줄이면 부산항의 항만부가가치는 1641억원가 사라지고, 1247명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부산과 경남에서 양질의 일자리 2300개가 없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는 올 하반기 중 700명 이상 실직자가 생기고 내년 이후에는 7000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항만서비스업계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컨테이너 선박이 운항하고 부두에 접안해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는 도선에서 예선부터 급유,급수,청소, 수리 등 많은 서비스업이 동원된다. 한진해운이 1위 국적선사라는 점에서 이들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체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터미널 운영사들도 대금결제가 중지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
해운업에 앞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울산과 거제 지역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거제를 기반으로 한 삼성중공업의 직원수는 올해 6월 말 현재 1만2355명으로 1년 새 전체 직원의 12%인 1756명이 회사를 떠났다. 같은 거제 소재의 대우조선해양도 969명,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는 537명이 짐을 쌌다.
고용노동부의 2분기 구직급여 신청현황을 보면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36.1%)과 경남(9.5%)의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용부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울산과 경남 지역의 신규 구직급여 신청이 크게 늘었다"며 "근속연수가 많은 장년층 근로자의 실직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과 경남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상승세다. 7월 기준 실업률은 울산은 3.9%, 경남은 3.6%로 1년 전보다 각각 1.2%포인트, 1.0%포인트 상승했다. 울산과 경남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3.5%)을 웃돌았다.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4월 이후 이들 지역의 실업률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내놓은 경남지역의 8월 제조업 업황기업경기전망(BSI)은 전월과 동일(54)했다. 9월 제조업 업황 전망BSI는 50에서 57로 7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전국 제조업 업황BSI(71)와 전망BSI(74)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이고 100이하는 그 반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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